매일신문

'인간중심'지향… 기술진보와 접점 모색

'퀭한 눈'

'수전증 환자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손'

'뭔가에 쫓기듯 야밤에 방안을 서성거리는 자녀'

아편 환자나 히로뽕 중독자를 연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자녀가 인내의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찾는 것이 주사 바늘이 아니라 컴퓨터 자판이라면?

웃어넘길 지 모르지만 '더블 클릭'도 잘 안되는 20세기 부모들이 21세기 자녀를 기르는데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녀들이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시간의 무한정 증대와 맹목적인 정보화 신드롬.

이미 각 가정마다 자녀들은 컴퓨터 오락과 통신에 매달려 있고, 학교 현장도 '교단 정보화' 때문에 온통 난리법석이다. 어느샌가 자녀들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로 상징되는 컴퓨터 자본이 그려내는 장밋빛 미래의 실험 대상(몰모트)이 되어버렸다.

'컴퓨터=능력'이라는 등식 아래 인간 관계보다 능력을 우선시 하는 사회로 빨려들면서 자녀 교육의 근본을 처음부터 다시 검색해야할 위기 시점에 접어들었다.

방에다 컴퓨터로 베이스 캠프를 치고, 회선을 통해서만 외부와 접속하는 우리네 자녀들에게 부모들은 사려깊은 벗이 되어 주기보다 그들에게 시끄럽고 일시적인 자기만족을 주는 전자기술의 세계를 만끽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지금처럼 인간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보다 기술적 진보만을 바라보도록 이끌때 21세기, 뉴 밀레니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그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뉜다.

미국 오레곤주에 사는 13세의 미셀 볼드윈은 "인터넷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거예요.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는 달리 인터넷 친구들은 자신의 관점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지요"('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 189쪽, 물푸레 펴냄)라며 "컴퓨터로 인해 사회성이 말살된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외친다.

'미래를 즐긴다'는 책을 쓴 더글라스 러쉬코프도 자녀들이 낡은 질서관념에 묶이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속의 혼돈 상태에서 자유로이 자라 인간의식의 비약적인 진화를 보여 줄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교육심리학자 제인 힐리는 21세기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컴퓨터 열병이 성장기 아동에게 끼칠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상적 사고 능력이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은 7세 이하의 아이들을 컴퓨터에 노출시키는 것은 독약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종된 정보의 시대'의 저자 빌 메키벤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소프트웨어가 주는 최면에 취해 집에 혼자 있는 오늘의 자녀들이 참을성이나 한계 등과 같은 진정한 삶의 교훈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고 탄식한다.

이동통신 기술이 발전해도 그를 쓰는 인간들이 지켜야할 예절은 뒤따라가지 못하니 곳곳에서 휴대폰 공해가 만발되고, 도덕성을 무시한 문어발식 경영은 반드시 괴멸한다는 진리를 대우 그룹의 도산이 말해주고 있다.

"정보화 이후 인간이 기술 수준에 끌려 가는게 가장 큰 문제"라는 배영순 영남대 교수는 "기술이 개발된만큼 인간을 개발하는게 21세기 자녀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