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거꾸로 가는 공원화 사업

대구시는 전 도시 공원화 사업이란 명목으로 관공서, 병원, 학교 등의 담장을 헐어 개방을 하고, 공원화를 서두르고 있다.

옛 중구청 자리에 국채보상공원을 조성하고 경북대학교 병원도 시정(市政)의 일환으로 개방했다. 폐쇄적인 담장을 헐고 나무를 심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드는 일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많다. 지금 경북 의과대학 본관건물의 담을 헐고 70년이 훨씬 넘어 그 키가 20~30m나 되는 많은 아름드리나무 히말라야시더를 전부 베어 버리고, 향나무 사철나무까지 송두리째 뽑아내어 버렸다.

이들 나무는 70년이 넘었고 본관 건물과 함께 오랜 역사와 전통의 산 증거물이다. 미관상뿐 아니라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으로 시민들의 훌륭한 피서지와 휴식공간을 제공해왔다. 대구시내에서 이렇게 오래되고 훌륭한 조경과 울창한 숲, 그리고 문화재급인 의대본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좋은 휴식공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개방도 좋고 공원화도 좋다. 그러나 의과대학은 그 특수성을 감안할때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씩하는 의학실험 기자재가 많이 있다.

담을 헐어 일반인들의 무상출입이 많아지면 고가의 의학 기자재가 분실될 경우, 개방화에서 얻는 이득보다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 생긴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 공원화 한다면서 70여년 이상된 좋은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아름다운 향나무와 사철나무까지 깡그리 없애버리는 처사는 공원화 조경사업에 역행하고 예산낭비를 초래한다. 벤 이유로는 히말라야시더의 수명이 다 되어 속이 비어있고 뿌리가 얕아 태풍에 약하다고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베고난 나무둥치의 속살은 꽉 차 있었고 뿌리도 깊고 멀리까지 뻗어 있었다. 느티나무는 수명이 천년이 넘고, 히말라야시더도 200년이상이라 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선별을 엄격하게 한후 시행해야 한다. 이번 사업은 대구시와 경북대 의대가 잘못 판단한 졸속시행의 사례일 뿐이다.

박상곤(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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