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마저 빼앗기고 야반도주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 빚잔치를 벌이고 있는 농촌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현재 전국 농민이 지고 있는 부채는 27조원. 농가당 1천700만원(98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97년보다 400여만원이 늘어난 액수다.
"빚 내서 빚 갚는 꼴이지 대책이 없습니다. 결국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내놓는 정책이 하나같이 분통 터지는 것 밖에 없습니다" 농협 중앙회 한 간부의 솔직한 설명.
농민들은 80년대부터 '부채 해결'을 주장해 왔고 정부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거창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파산' 위기.
전국 농민회측은 "농.축협이 정부 지시로 부채 강제 환수를 미루고 있지만 실제론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농민이 10%이상"이라고 했다. 금융기관이 원칙대로 부채 환수에 나설 경우 50만 이상의 농민이 땅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잦은 자연재해 등으로 올해 농가당 소득은 2천49만원으로 97년에 비해 300만원이 줄어들었고 '젊은 농민'일수록 부채액이 많다.
농업경영인 경북 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지역에서 농민후계자로 선정된 1만6천명중 15% 정도가 농사를 포기했다"면서 "뼈빠지게 일해봐야 빚만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농가 부채 해결법은 없을까.
김대중대통령은 지난 8월 농어민이 상호 연대 보증한 빚 7조원을 정부 보증으로 돌리고 2천4년까지 모두 51조에 이르는 자금을 '농어촌 투융자' 사업에 투입한다는 '획기적인 안'을 발표했다. 먼저 1조4천억(경북 1천630억)원에 이르는 상호금융 특별 융자금(연리 6.2%)을 지난달부터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단추부터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1조원이 넘는 돈이지만 한 마을당 평균 내면 700만원에 지나지 않는 돈입니다. 그야말로 풀리자 말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액수죠"
농민회 관계자들은 대출 조건 또한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부채가 순수 농업 목적 자금이어야 하고 보증인이나 담보물이 있어야 가능하다.성주군 단위조합 담당자는 "농가 수가 1천300호에 이르지만 자금을 받을수 있는 농민수는 고작 13명"이라며 "자금도 정부 재원이 아닌 농민들이 예치한 농협 돈이어서 특별 융자금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부끄러운 실정"이라고 했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부채'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민 세금으로 부실 은행이나 대기업의 부채를 떠안듯 특별법을 제정, 형평성 있게 농가 부채도 탕감해 달라는 것. 농민들은 "농가 빚의 원인이 정부의 영농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이달부터 부채탕감과 농산물 추가개방 반대를 위한 전국 규모 규탄대회를 여는등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경제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했던 농촌의 위기는 새천년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朴炳宣.金辰洙.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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