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 경제공동체 구성 협의 제의 북한 뒤늦게 부정적 반응

◈김 대통령 신년사 첫 반응

북한은 9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성을 협의하자고 한 제의에 대해 첫 반응을 보였다.

예상대로 북한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논평은 "남조선 집권자가 신년사라는 데서 민족의 사활과 관련돼 있는 조국통일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북남관계를 순수 '경제협력'에만 국한시켜 '남북경제공동체 구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민족 앞에서 매우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외세 의존에서 벗어날 것과 국가보안법 철폐 등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에 필요한 '근본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도 주창준 주중(駐中) 북한대사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남북 통일은 외부의 간섭이 필요 없으며 민족 대단결과 애국애족의 기치를 높이 드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남한 사회가 민주화돼야 하는 데 민주화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돼야하고 국가정보원도 없어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새해 대(對)남한 입장을 표명한 노동신문 논평과 주 대사의 발언이 공통적으로'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 역시 남북경제공동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자주'와 '민족대단결'이 통일의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반복하고 있다.

이번 북측 반응에서 한 가닥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있다면 남북기본합의서를 새삼스레 거론한 점이다. 논평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이미 합의한 사항들을 실현해 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미 북과 남은 합의서를 통해경제협력에 필요한 기구를 내온 지 오래고 협력전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확정해놓은 지도 오래"라고 지난 92년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상기시켰다.

기본합의서는 92년 2월 19일자로 발효는 됐으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해 왔다. 북한이 이번에 다시 한번 기본합의서의 존재를 확인한 사실은 북측 역시 합의서를 언젠가는 실천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합의서를 인정하는 북측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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