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릭지구촌-인형들의 인기 경쟁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I Can Do Anything)'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지난 40년동안 전 세계 어디를 가리지 않고 소녀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인형 바비(Barbie)가 던지는 메시지다.

그러나 최근 브라질에서는 새로운 인형이 이 바비 인형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이름은 수지(Susi). 검은 색 피부와 가는 허리, 작은 가슴, 굵직한 넓적다리를 가진 수지가 금발에 멋진 옷을 입은 바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3년전 등장한 수지는 지난해에 150만개가 팔릴 정도로 매년 매출이 3배씩 급성장했고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처음으로 바비인형을 추월하는 쾌거를 올렸다.

수지가 바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브라질 최고의 인기 인형으로 우뚝서게 된 것은 다름아닌 신토불이. 남미는 영화, TV, 광고 등 미국문화의 범람에 거의 무방비 상태였으나 브라질은 남미의 그 어느 나라보다 자국의 것에 관심이 많았다는 데 기인하고 있다. 인구의 44%가 흑인, 혹은 혼혈족인 브라질 국민들은 외국가수보다 자국의 가수들의 음반을 더 많이 사고, 영화산업도 충분히 발달해 있으며 TV 오락프로그램을 지배하는 늘씬한 금발 미인보다는 짙은 머리와 검은 피부를 가진 브라질 고유의 미인들을 더 좋아한다. 수지를 만드는 에스트렐라사의 판매총책임자인 아리에스 페르난데스는 "인형가게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많지만 하나같이 그 나라 고유함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수지는 브라질 소녀의 모습 그 자체이며 보다 브라질적인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남미와 비슷하게 미국 등 외국으로부터 무차별적인 문화침략을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모범적인 교훈이 아닐 수 없다.

鄭知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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