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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바람 많아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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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고 했다. 누구나 애송하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권 제2장 첫머리에 나오는 글이다. 뿌리가 박히다 말았을까. 지금 우리 사회는 온갖 바람으로 너무 흔들리고 있다. 어느 바람이나 약간만 불어도 그 바람에 안절부절못한다. 바람종류가 어지간 해야지. 총풍, 세풍으로도 부족해 여풍(女風), 병풍(兵風)에다 홍위병을 떠올리는 홍풍(紅風)까지 불고있으니. 어저께 입춘은 지났다지만 여전한 삭풍(朔風)으로 서민들은 겨울나기가 아직도 멀었지 않는가. 찬바람에 풀나는 법 없다고 했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올수록 몰아치는 막바지 공천바람은 또 얼마나 매서울까. 치고 얼러고 꼬집고 비틀고 급기야는 물어 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꾼들로 정치판은 또한번 모진바람이 지나가야 한다. 바람에 무슨 룰이 필요한가. 닥치는대로 흔들고 밀어 붙여 이기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바람중의 왕은 역시 태풍이다. 올해부터는 태풍에도 정감있는 순 우리말이 사용된다. 태풍위원회의 14개 회원국이 그 나라의 고유한 언어 10개씩을 제출해 돌아가며 하나씩 태풍명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11번째 부는 태풍에 '개미'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는 점이다. 왜 하필 개미일까. 개미처럼 흔하고 많은 바람이 시방 우리사회에 불고있기 때문일까. 묘한 그 상징성이 재미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바람중에는 뭐니해도 팽풍(烹風)보다 더 불쾌한 바람은 없다. 한 여름날 후텁지근하게 부는 바람보다도 더 불쾌하고 겨울 소매끝을 파고드는 북풍보다 훨씬 더 모질다. 가차없는 바람이다. '모택동비록'을 읽어 보라고 했다지만 그런 것으로 위안을 삼을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다. 아직 정점을 향한 바람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나라 때다. 6조 혜능(惠能)이 광주에 갔다가 인종스님이 사는 법성사에 들러 경을 듣고 있을 때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불상옆에 걸려 있던 깃발이 움직였다. 한 스님이 깃발이 움직인다고 했다. 다른 스님이 깃발이 움직인게 아니라 바람이 움직인것이라고 했다. 두 스님은 쉬지않고 논쟁을 했다. 혜능이 한참 이를 보다못해 입을 열었다. "움직인 것은 깃발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너희 마음"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정녕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곰곰이 살펴볼 때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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