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장춘 대사발언 파문

외교통상부의 현직 고위 외교관이 외교부 장관의 잦은 교체와 인사의 난맥상, 외교부의 통상업무 흡수 등을 정면으로 비판, 파문이 일고 있다.

이장춘(李長春.60.특1급) 본부대사는 10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국무장관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독일에서는 겐셔 전 외무장관이 18년간 재임했었다"면서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는 출범 1년10개월만에 3번째 외무장관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사는 "재임 6개월밖에 안된 차관보급 간부를 교체하고, 신설한지 9년도 안된 외교정책실장에 11번째 장이 임명됐으며, 국비 외유에 가깝게 지내다가 퇴임한 재외공관장과 1년도 못돼 본부 국장급 간부에서 물러난 사람이 50여명에 이른다"면서 "새 장관이 외교관 인사제도를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외교부가 통상업무를 다루는 것은 아주 작거나 태평스런 극소수의 내각제 나라에만 있는 예외적 현상"이라면서 "외교통상부를 만들어 결국 통상장관을 없앤 꼴이 됐으며 외무부의 정체성만 흐려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사는 이어 "외교부가 냉전시대 북한을 견제하고 한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한 공로가 있으나 소련에 10억달러를 넘겨준 것이라든지, 성과가 의심스러운 대북 경수로사업에 35억달러의 부담을 안고 조용히 말려든 것은 한국 외교의 가당찮은 불상사"라면서 "이제 외교부가 인사와 조직을 혁신, 국가적 수요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민주 사회에서는 누구나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이 대사 본인의 신분과 몸담고 있는 조직 등을 감안할 때 이 기고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0년 신군부 집권초기에 청와대 외교비서를 맡았던 이 대사는 지난 98년에도 외교부의 통상업무 흡수를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 파문을 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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