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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시공 갤러리 근작전 이우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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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정신적인 거지입니다. 빼앗길 것도, 내놓을 것도 없는 거지. 거지가 돼야 비로소 무언가를 물고 늘어지며 찾을 수 있죠"

오는 3월4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근작전을 가지는 이우환(64)씨. 앉자마자 다소 도전적인 느낌의 '거지론'을 펼치더니 우리나라 미술계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놨다.

"어떤 원로화가는 독서나 여행, 다양한 인생의 경험이 화가를 망친다며 일류 화가가 되려면 이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우리나라 미술교육이나 작품활동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실정입니다"

현대미술은 인간의 힘으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만들어낸 산업사회의 도시문화를 근간으로 만들어진만큼 정치.사회.수학.철학 등 현대사회와 학문에 대한 이해없이는 만들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 중 극히 제한된 부분에 작가의 손길을 더함으로써 '그리는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의 대화를 표현한 '조응(correspondence)' 연작을 출품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사람을 질식시킬 듯 압박하는 산업사회에 비판을 가한다.

"캔버스를 몽땅 자신의 것으로 덮어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식민주의적인 생각아닐까요? 70년대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연작이후 그림이 점점 단순화된 것은 자기를 줄임으로써 자기가 만들지 않은 부분을 끌어들여 얘기를 시켜보기 위해서였죠. 이러다간 얼마 후면 캔버스에 아무 것도 남지 않을지 모르겠군요"

대구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높고 문화적 향기가 강한데 끌려서, 보수적인 풍토에 훼방을 놓고 싶어 '대구'라는 도시를 좋아하며 자주 찾는다는 이우환씨.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맘에 드는 도시는 파리라고.

"전 세계 미술인들이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 도시를 찾으면 절로 창작의욕이 솟아나죠. 경쟁이 주는 숨막히는 긴장감을 전 사랑합니다"

60대 중반.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우환씨의 작품에 대한 정열과 의욕만은 이제 막 첫 개인전을 마친 신진 작가처럼 강렬하고도 신선하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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