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벤처의 허와 실-열악한 현실조건

깨비메일로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라비전. 지역대학 출신자 3명이 지난 95년 창업한 이 업체는 몇년만에 '벤처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 자본금만 200억원.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난해말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게임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B사도 후배 직원만 남겨두고 창업 동료 3명이 지난해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가 벤처를 외치는 동안에도 성공한 지역 벤처들은 하나둘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왜 이들은 대구를 떠날까.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분야에서는 정보가 절대적입니다. 며칠 사이에 신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서울과 떨어져 있다는 자체가 이미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죠"

창업 5년째인 웰컴정보시스템의 최민규(40) 사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의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우리 같은 정보 검색 분야는 시장의 90% 이상이 서울에 있습니다. 마케팅 기반이 없을 뿐 더러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력 또한 한마디로 형편 없습니다"

서울 지사에 마케팅부서를 두고 있다는 최사장은 "서울에 있었다면 지난해 10억이었던 매출이 2, 3배 뛰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고급 두뇌 부족도 문제점중 하나. 전국의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역 출신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정도. 그런데도 지역 벤처들은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모임월드의 권혁도 사장은 "우수한 인력일수록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쌓기 위해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서울 업체들이 좋은 조건으로 인력을 끌어가는 것이 큰 이유"라고 밝혔다.

사이버캐릭터 분야에서 손꼽히는 피디지 관계자 설명. "거래 업체가 모두 서울에 있어 일주일 3, 4차례 비행기를 타는 탓에 길바닥에 시간과 돈을 뿌리는 것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없는 현실이 더욱 답답한 문제죠"

1월부터 연구인력 모집 공고를 냈지만 필요한 사람을 뽑지 못했다는 것. 이 업체 관계자는 "대구, 경북 지역에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만 50여개에 이르지만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그나마 쓸만한 인력은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그렇다면 지역에서 벤처양성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인가.

역설적으로 지역의 이점을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지역 특성에 맞게 벤처를 보는 시각과 기준을 바꿔주면 오히려 벤처붐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동통신 장비분야로 코스닥에 등록한 도원텔레콤의 이철호 사장은 "하드웨어, 장비쪽으로 관심을 돌린다면 대구도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권 하드웨어 벤처들이 용지부족때문에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확보책을 마련, 연고있는 지역출신 업체들의 이전을 유도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

"정부가 지역 업체에 부여하는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이전하는 업체에도 준다면 지역에서도 벤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사장은 "전통적인 산업에만 집착하는 대구시, 경북도 등 행정기관의 사고 전환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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