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15일 오전 9시25분. 며칠간 군함을 배치해 서로간 위력시위를 벌이던 남북 해군간에 교전이 벌어졌다. 순간 세계가 긴장했다. 교전자체는 북한측의 패퇴로 1시간 남짓만에 끝났지만 양측간 긴장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 교전은 크게는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남북한 대치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연평도 근해상의 꽃게 어장을 추가 확보하려는 북한측의 북방한계선(NNL) 침범에서 비롯됐다. '꽃게 전쟁'은 수산자원을 둘러싼 경쟁의 치열함을 입증한 사례다.
'해양한국(Ocean Korea) 21'. 지난해 12월 20일 우리 정부는 이같은 제목의 21세기 해양수산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1세기 인류의 숙명과제인 식량·자원·환경·공간문제를 바다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초점이다.
육지자원의 사용연한이 최장 100년 정도에 그친다는 학계의 보고가 나오면서 해양과 해저에서 자원을 찾으려는 인류의 노력은 마침내 바다를 외교·국방문제의 제일 앞부분에 올려 놓았다.
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둘러싼 각국간 경쟁은 외교적 역량 강화를 통해 영역을 넓히거나 전쟁을 통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바다는 전쟁과 평화를 함께 포용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의 해양분쟁
지난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가 2천명의 병력을 동원, 세계 최대 황금어장 포클랜드등 3개 섬을 점령하면서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은 2개월만에 상대적 약소국 아르헨티나가 영국군에 항복하면서 끝났지만 지금까지도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잠재적 대립상태를 지속중이다.
대만에서 북동쪽 200km, 일본 오키나와에서 남서쪽 300km 지점에서 5개의 섬과 3개의 암초로 구성돼 있는 무인군도 조어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전리품으로 이 일대를 오키나와현에 포함(일본지명 센카쿠)시키면서 100년이 넘게 양국(중·일)간 외교 갈등의 가장 큰 씨앗이 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 96년에는 일본의 민간단체 회원들이 이곳에 등대를 설치하자 중국과 대만은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국가적 자존심과 수산·해저자원을 둘러싼 조어도 분쟁은 이곳이 어느 나라의 영해에 속하는가에 따라 동북아 평화가 위협받을 정도의 국제문제로 부상했다.
국방연구원이 개설한 '세계분쟁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세계 각국이 이런저런 사유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은 80군데나 된다. 이중 종교와 인종문제로 해묵은 내전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리카와 일부 중동지역을 제외한 선진국 형태의 분쟁은 예외없이 영해(바다)와 직결돼 있고 특히 아시아와 유럽지역에 모여 있다. 20개에 이르는 관련 국가들이 대부분 해양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걸프전 역시 걸프만의 유전과 유류 수송로 확보와 관계됐고, 홋카이도와 캄차카반도를 잇는 쿠릴열도 최남단의 4개섬(에토로프, 쿠나시리, 하보마이, 시코탄)을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간 쿠릴열도 분쟁은 지난 56년 이후 양국 정상이 해걸이로 만나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양국의 전략적·경제적 가치가 첨예하게 맞물려 해결기미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의 해상 방위력, 그리고 독도
우리나라의 해상 방위력은 세계 10위권 이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해교전 당시 우리군이 보여줬던 대응능력은 일부에서 보였던 실제 방위력에 대한 의아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군당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각종 장비 신예화와 장병들의 전투력 강화를 통해 누구와 겨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전쟁억지력을 갖춘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는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는 중국 어민들의 수역 침범 조업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어업지도선과 해양경찰의 경비함정 대형화·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는 역시 독도. 현재 독도(육상)의 경비는 경찰이 맡고 있다. 또 해상은 해군과 해양경찰이 공동으로 지키고 있으며 육군 역시 작전구역에 독도를 포함하고 있다. 체계상으로는 물샐틈 없는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한일 어업협정 이후 독도가 중간수역에 포함되면서 분쟁의 불씨가 커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일부에서 영토수호 차원에서 군이 독도경비를 전담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0년대 이후 극일시민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독도주권수호대 등 많은 민간단체들이 우리 영토로서의 독도수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민간차원의 대응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비체계적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확고한 의지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나라의 해양수산 외교
지난 95년 현재 세계 해양산업의 부가가치액은 약 1조달러 어치 정도로 추산됐다. 세계 GNP의 4%에 해당하는 것이다. 해양 선진국들은 이처럼 방대한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9개부, 8개 독립청, 38개 산하 조직이 뛰고 있다. 최근에는 바다자원 개발을 전담하는 천연자원부 및 환경해양부 신설안과 해양대기청 독립안까지 검토하면서 '2005년을 향한 해양 개발 비전'을 마련, 해양산업 부가가치를 2천억달러까지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또 세계 최대 해양 강국 일본은 GNP대비 7.5%를 바다에서 건져 올리고 있는데 총리부 산하 각청과 각 행정부처에 해양과를 설치했으며 총예산의 1%를 해양과학기술 예산에 쏟아부으며 해양을 향한 끝없는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과 캐나다 등도 외교부 등이 앞장서 바다 개척에 나서 조만간 바다가 선진열강들의 거대한 각축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21세기 해양수산 외교 정책을 발표하면서 현재 2%(27조원) 정도인 세계 해양수산시장 점유율을 4%(184조원)까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는게 시급한 과제로 대두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해양 수산관련 국제협력 협약은 어업분야 양자간 협정 12건, 다자간 협정 13건, 기술협력·약정 9건, 해운 항만 분야 5건 등 모두 80건 가량으로 추산된다.
특히 남극조약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26번째로 1989년 10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지위를 획득, 세종기지를 통해 남극의 개발 및 자원이용에 대한 우선적 지위를 획득하는 등 세계 5위 해양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넓혀가고 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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