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만 선거에도 지역감정

프란시스 베이컨의 '뉴오르간'에는 개미·거미·꿀벌 등 세 곤충의 비유가 나온다. 개미는 먹이를 모두 여왕개미에게 바치고, 거미는 모든 먹이를 독식한다. 그러나 꿀벌은 꿀을 제공한다. 개미 정치인은 법의 줄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표를 모으고, 거미 정치인의 줄에 걸리면 죽음에 이르지만, 꿀벌 정치인은 꿀만 모으는 분별심이라는 법이 있으니 모두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도출해보게 한다. ▲대만 총통 선거(18일)가 막바지에 이르자 '지역 감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양안관계와 부정부패 척결이 최대 쟁점이지만 그 저류에는 '성지칭제(省籍情結)'가 흐르고 있어 당락의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 호적을 둔 와이성런(外省人)과 대만에서 태어난 번성런(本省人) 사이의 지역 갈등은 대만에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 후보 가운데 유리한 대만성 출신임을 강조하는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는 '와이성런이 당선되면 대만을 중국에 팔아 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무소속 쑹추위 후보는 '천은 표를 긁어 모으기 위해 망국적인 성지칭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열살 때 대만으로 온 국민당 렌잔 후보도 부모가 대만 출신 명문가인 데다 자신도 적을 대만에 두고 있음을 내세워 득표 전략을 펴고 있다. ▲대만은 그간 국민당 정부가 주도해왔지만 이제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의 문턱에 섰다.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 민주주의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야당 후보들이 대만판 '북풍'과 '지역감정'의 장애물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만의 이번 선거는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은 역사적 자폐증의 유산이며, 이미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어야 할 이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이다. 오늘의 지역감정은 소유로서의 감정이 아니라 존재로서만 남아 있고, '편견'과 '집단성'만 부추길 따름이다. 한 침대에서 새벽을 기다리며 '한겨레 한마음'을 꿈꿨던 윤동주의 시 '새벽이 올 때까지'와 '꿀벌 정치인'상이 절실한 계절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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