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림.산림인-울진 소나무(3)

◈하늘 찌를 듯 뻗은 장송들의 '군무'울진소나무.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천연보호림내 살고 있는 토종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소나무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수목중 하나로 전국 어디를 가나 있기 마련.하지만 울진소나무에 비할소냐.

'토종 소나무는 휘어지고 늘어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울진소나무는 태고(太古)의 정적을 지키기라도 하듯 수십m씩 하늘을 향해 쭉쭉 곱게 뻗은 아름드리 장송들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모두가 인공조림이 아닌 천연으로 자란 것들.

울진소나무는 잎에서 윤기가 유난히 많이 난다. 줄기의 윗 부분은 껍질이 얇고 붉은색을 띠며 아랫 쪽은 회갈색에 거북등처럼 육각형으로 갈라진 것이 특징. 줄기를 구부려 가며 성장하는 보통 소나무와 달리 울진소나무는 줄기가 곧고 나무의 높은 곳에서만 가지가 달리며 성장이 빠르고 재질도 우수하다.

현재 해발 1천여m가 넘는 백병산과 삿갓재 일대 1천 800여 ha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천연보호림 내에는 500년생 다섯 그루, 200, 300년생 8만여 그루 등 100여만 그루의 높이 20∼30m에 달하는 거대한 울진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평균 수령 75년. 평균 키로도 24m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울진소나무의 '지존'마냥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은 917번 비포장 도로가 끝나는 천연보호림 초입의 530년 된 소나무.

키 25m에 둘레 3m로 어른 두사람이 겨우 껴 안을 만큼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이 소나무는 500여년의 세월을 이겨낸 노송의 위엄과 지조를 한껏 자랑한다.

그 별칭의 다기함에서도 울진소나무의 유명세를 가늠케 된다.

금강산 소나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 '금강송(金剛松)', 이를 줄여 '강송'이라고도 불린다. 해송(海松)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육송(陸松)', 줄기가 붉다고 해서 '적송(赤松)' 등.

유난히 귀에 익은 이름은 '춘양목'이다.

일제시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소광리 일대 소나무들이 벌목돼 기차가 있는 봉화 춘양역으로 실려갔다 해 비롯된 별칭.

그러나 최근 울진군이 이를 '울진 소나무'로 이름을 통일시켜 그 '소유권'을 분명히 못박아 버렸다.

울진소나무는 비틀림이 없고 가벼운데다 벌레가 안 먹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왕실의 건축물, 즉 궁궐을 짓는데 목재로 사용됐다. 조선 숙종 6년(1680년)에는 이 일대의 소나무 숲을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 일반인들이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도록 숲 전체를 보호하기도 했다.

산중턱 바위에 새겨진 황장봉계금표(黃腸封界禁標)라는 글자가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울진국유림관리소의 방의수 경영3팀장은 "중국에서는 황제의 관(棺)을 가래나무로 만들었는데 이를 황장목이라 불렀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가래나무를 대신해 울진소나무를 왕실의 관과 궁궐을 짓는데 사용하였으며, 울진소나무가 황장목으로 불리게 된 것도 여기에서 유래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황장금표가 발견된 곳은 울진 소광리를 비롯 설악산, 원주 구룡사, 인제군 한계리, 영월 황장골 등 아직은 5곳 뿐.

이런 까닭에 울진소나무는 해방후인 59년에 육종림, 82년 천연보호림으로 지정, '귀족'으로 보호 받고 있다.

미인박명이듯 울진소나무는 늘상 적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일제시대에는 봉화군 소천면 구마동과 석포면 대현 등지에서 30m가 넘는 나무들이 숱하게 베어졌으며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것도 6.25전쟁을 틈타 군용 화물차로 마구 실려 나갔다.

이로인해 현재 울진 소광리 일대에서만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는게 지역 목재상들의 설명.

또 소나무 숲은 인간의 간섭이 줄어 들면서 오히려 넓은 잎 나무들한테 서식지를 빼앗기고 있다. 솔잎혹파리나 겨울철의 눈 피해도 이들 소나무들을 위협하는 존재다. 울진소나무는 소광리 지역에선 잘 자라지만 다른지역으로 옮겨 심으면 나무의 자람과 재질이 나빠진다. 임학계에서도 아직도 그 원인엔 부답(不答)이다.

임학계와 울진군의 관심이 남다른 것도 바로 이같은 울진소나무의 특질때문.

산림청은 97년부터 생태조사를 실시, 소광리 강송림이 백두산보다 보존 상태가 좋은 원시림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국내외의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개방을 통해 산림자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개방이후 국제수목학회 회원과 독일.호주.중국 등의 임업관계자들이 잇따라 방문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림청과 울진군은 지난해 천연보호림 내에 종자를 직접 뿌려 시험재배지를 만들고 어른 새끼 손가락만한 묘목을 키우는데 성공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오는 6월엔 울진소나무의 우수성을 알리고 보다 체계적인 학술 연구를 위해 울진에서 국.내외 임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제1회 울진 소나무 세계국제심포지엄'도 개최된다. '살아서 1천년, 죽어서 1천년'을 간다는 울진소나무. 각계의 관심이 깊어지면서 그 천수를 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진.黃利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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