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간 배아 복제 자제돼야

성서에 '네가 욕심대로 재물을 다 소유한다 해도 오늘 밤 주께서 네 생명을 취한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생명이 '모든 것의 전부'라는 진리를 일깨워 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로부터 모든 사람은 먹고 살 권리와 천명을 타고 난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구촌 곳곳에서 가치관의 혼돈이 야기되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과 감각이 무뎌져가는 느낌이다. 인류사회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체의 연구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의 위험한 오용과 오만한 인간의 저의가 종국에는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지고한 인간 생명의 가치마저 말살해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래서 생명에 관한한 사회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위험한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가 최근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의학 연구용이라고 전제, '치료 복제'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인간 복제도 시간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과학계에서는 '복제 인간'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람도 있으며, 이론상으로는 벌써 그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배아 복제 기술은 인간의 다양한 세포조직으로 발달할 수 있는 배아의 기간세포를 발달 초기에 미리 통제.배양한 뒤 인간의 몸에 이식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환자의 경우 자신의 건강한 세포를 채취, 인간 배아를 통해 기간세포로 복제해서 이식에 필요한 세포로 발달시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종 불치병 치료가 가능한 '의학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배아 복제가 허용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인간 복제로 발전할 경우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동물의 복제는 허용돼도 '유일'과 '개성'의 가치를 지닌 인간의 복제만은 억제돼 왔다. 생명공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병리'의 한계를 넘어선 '생리'의 변형은 끝까지 자제되는 것이 마땅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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