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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은행업무·쇼핑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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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사의 TV 광고 한토막. 면접 시험장에서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한 남자가 앞서 면접을 본 사람에게 '뭘 물어보던가요?'라고 묻자 '왑에 대해 묻던데요'라고 답한다.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휴대폰에 대고 뭔가를 열심히 두드린다.이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부류. 첫째는 '왑이 뭐야?', '저 남자 휴대폰 들고 뭐하는 거야?'. 둘째는 '아하! 무선인터넷 프로토콜(통신규약)인 왑에 대해 물었구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왑이 뭔지 찾으려고 하는구나'.

지금껏 휴대폰을 움직이는 전화로만 생각했던 사람은 대부분 첫째에 해당한다. 이제 휴대폰은 움직이는 인터넷, 즉 모바일(mobile) 인터넷으로 재빨리 변신하고 있다. 컴퓨터를 전화선에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중 전화를 걸 듯 인터넷과 연결하는 것. 휴대폰과 인터넷을 연결할 때 양자간 주고받는 대화(또는 데이터 전송) 방법을 정해놓은 것이 바로 '왑(WAP : 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이다.

일반적으로 웹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엔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란 통신규약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웹 상의 화려한 그래픽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화려한 그래픽이란 파일의 용량이 크다는 뜻이고 전송속도가 모뎀보다 훨씬 느린 휴대폰으로 이를 내려받기는 불가능하다. 또 화면을 표시하는 창이 너무 작아 웹의 현란한 영상을 즐길 수도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왑(WAP)이다. 지난 97년 노키아, 에릭슨, 모토롤라, 폰닷컴(옛 언와이어드플래닛) 등 거대 통신업체들은 왑을 무선인터넷 표준 프로토콜로 만들기 위해 WAP포럼을 창설했다. 현재 IBM,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등 전세계 200여개 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국내 이동전화 사업자 중엔 가장 먼저 무선인터넷 사업에 발을 디딘 LG텔레콤을 비롯,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현재 왑 진영에 합류한 상태다.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과 왑이 다른 점은 전자는 멀티미디어를 완전히 소화할 수 있도록 통신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인데 비해 후자는 기존 체계 속에서 일부 멀티미디어, 즉 인터넷과 접속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즉 왑은 웹 상의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만 텍스트로 보여주는 것.

최근 LG텔레콤은 왑을 기반으로 한 머드게임 '코스모 노바'를 선보였다. 왑 검색프로그램이 내장된 PCS폰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스모 노바'는 다수의 게임 상대자와 휴대폰으로 연결, 사이버 제국을 건설하고 통치하는 게임이다2003년 전세계 무선인터넷 시장규모는 1천20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4, 5년 이내에 출시되는 휴대폰의 95%가 왑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왑의 앞 날이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무선인터넷에 대한 기술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왑을 대체할 독자적 프로토콜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1일 마이크로소프트(MS), 브리티시텔레컴(BT), AT&T 등 3개 거대공룡업체들이 무선 인터넷 시장 점령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MS는 지난해 12월 왑에 대응해 독자적으로 선보인 무선인터넷 전송방식 '모바일 익스플로러(Mobile Explorer)'의 세력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현재 MS는 에릭슨, 퀄컴 등과 제휴한 상태며 국내 이동전화사 중 MS의 투자를 받은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이 ME를 채택했다.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모바일 인터넷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은행업무, 쇼핑은 물론 기업간 거래, 원격검침, 여론조사, 병원 진료 등도 달라질 것이다. 무선과 만난 인터넷 혁명의 폭발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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