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리뷰-소비의 의미인간은 부에 대한 욕망 못지 않게 명성과 명예에 대한 욕망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부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부가 입증되어야 존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부와 동시에 명성을 얻기 위해 상징적인 행위를 하며 서로 경쟁을 한다. 상류층은 세련된 취미, 예절, 생활 습관 등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부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상류층은 주택, 의상, 식사, 가구, 여행, 스포츠, 골동품 수집 등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지위에 걸맞은 소비를 하면서 격식 있는 생활 문화의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흔히 상류층의 과시적인 소비를 낭비적인 것이며 무가치한 것이라고 보는데, 이것은 윤리적인 측면의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류층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소비 행위는 매우 합리적인 것일 수 있다. 소비란 비용에 대한 효용을 생각하고 이루어지는 것인데, 상류층의 낭비적 소비는 물품 자체의 유용성 말고도 자신들의 위신을 세워 준다는 큰 효용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재력이 있으므로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며, 품위 있는 문화 생활로 명성을 얻기 위해 지출을 하려는 행위는 그만한 효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상류층의 낭비적 소비는 사실상 체면을 지키고 신분의 명성을 얻기 위해, 혹은 신분을 과시하고 자아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 그 대가를 더 많이 치른 합리적인 소비 행위이다. 마찬가지로, 하류층이 값싸고 오래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물건을 사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 및 놀이를 찾는 것도 비용과 효용 관계를 생각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류층의 일상적인 소비 문화가 반드시 과시의 효과를 의식해서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화 생활의 경우, 소비는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패션의 경우 정말 개인적 취향에 맞기 때문에 유명 상표의 비싼 옷을 구입할 수 있으며, 스포츠의 경우 정말 재미가 있어서 골프나 승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제로 어떤 이들은 실크 정장보다는 청바지를 좋아하고, 골프보다는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 문화 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취향은 얼핏 보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유명 상표의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류층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면, 이는 단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집단 차원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비싼 옷과 가구가 좋아 보이는 그들의 미적 감각은 이미 가정 환경을 통해 교육받으며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개인들의 미적 감각, 취향, 소비 성향 등은 그들이 속해 있는 계급적 상황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개성적인 것이라고 믿고 있는 문화적 취향에 대한 문제가 사실은 집단적이며 계급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적이면서 동시에 의식적으로 문화를 소비하게 된다. 부유층이 호화 저택에 살면서 비싼 외제 승용차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해외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실제로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무의식적이며 자연스러운 소비 행위이다. 동시에 이는 돈을 많이 갖고 있는 부유층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시적 의도가 담긴 상징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개인적 취향과 문화 소비가 사회 계급처럼 위계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고급문화에서 저급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문화는 각계 각층의 사회 계급처럼 분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문화 소비 행위는 계급을 구별하는 상징이 되어 버렸다. 또한 특정 유형의 문화에 대한 의도적인 소비는 사회적 차별화를 노리는 개인적 혹은 계급적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 소비의 사회적인 특성 때문에 한편으로는 자신의 사회적 출신이나 신분을 위장하려고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졸부들의 과시적인 소비 행태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드높았다. 부동산 투기나 사채업과 같은 불로 소득으로 횡재한 벼락 부자들이 자신의 출신 계급을 숨기면서 부를 자랑하려고 사치와 낭비를 일삼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졸부들은 그들의 부에 어울리는 사회적인 명성은 얻지도 못한 채, 오히려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들의 축재에 대한 정당성과 사회적인 인정을 얻으려는 노력은 실패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일부 사회 계층의 과시적인 문화 소비 현상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 간다면, 적지 않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결국에 가서는 문화를 통한 사회 계층의 분화가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계층 간의 위화감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상류층을 모방하려는 중산층이 문화 소비를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하려는 목적으로 분에 넘치는 소비 생활을 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과소비 풍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소비 문화의 거품이 점차로 걷히고 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이 분수에 넘치는 문화 소비를 하며 살아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문화 소비 양식만으로는 신분과 계급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중류층들이 과시적인 소비 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 허세와 낭비의 거품이 걷히면서 문화 소비를 통해 계급이 선명하게 구별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부와 명예의 진정한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분수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2차문제
현대 문명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근거는 무엇인가
현대 사회는 물신주의가 팽배해 무한정의 속도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 경쟁은 우리를 숨막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 제시문을 잘 읽어 보고 현대 문명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근거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제시문의 내용에서 찾아낸 다음, 문제점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제시문의 공통적인 논지가 결론이 되도록 논술하시오.
(가)일정한 지속에 형태를 아로새기는 것, 그것은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억이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형태 없는 것은 파악할 수도 없고, 기억할 수도 없는 까닭이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거리를 걸어가던 웬 사내가 문득,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일을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 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나)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 속에 있으며, 뛰면서 생기는 미묘한 신체적 변화와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체중, 자신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비신체적 속도, 비물질적 속도, 순수한 속도, 속도 그 자체, 속도 엑스터시에 몰입한다. 기묘한 결합-테크닉의 싸늘한 몰개인성과 엑스터시의 불꽃,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다)만약 우리가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자 한다면, 오늘날 시간이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생겨나면서 즉시 소멸되는 정보의 범람, 속도와 가속도에 대한 현대 사회의 맹목적 신앙,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배하는 텔레비전 영상들은 어쩌면 시간을 빠르게 하거나 초월하게 하기보다는 시간을 잊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물음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 철학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시간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추세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는 느림은 철학적 가치가 아닐까?
---40차문제 우수작
인간은 그들의 모습이 각기 다르듯이 삶의 모습 또한 서로 다르다. 잔에 술이 반쯤 남았을 때 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술이 반이나 남아 있구나"라고 말한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술이 반밖에 없구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를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요컨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태도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태도가 그것이다.
제시문 (가)의 토끼는 두 번째 삶의 태도에 해당한다. 현재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토끼는 결국 자신의 본래의 삶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이것은 우리 인간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릴 경우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반면 (나)에 나타나 있는 통행료 징수원은 이와 반대의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직업을 가지고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내어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가)의 토끼가 현재의 행복한 삶에 만족하지 못한 반면에 (나)의 통행료 징수원은 그리 좋다고 여길 수 없는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낸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행복은 현재의 삶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삶의 행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과거의 상대적 지표와는 달리 절대적 지표가 일반화되고 있는 요즈음의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들이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삶의 행복 정도를 판단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해낼 수도 있다. 옛날에 신상을 조각하는 세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또 한 사람은 그 일을 한 대가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또 다른 한 사람은 죽지 못해 그 일을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사람이 만든 신상은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두 번째 사람이 만든 신상은 그런 대로 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세 번째 사람이 만든 신상은 옳은 작품이 못되었고 그는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그 삶 가운데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해낼 수 있지만 자신의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본래의 삶마저 잃어버리게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화이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거기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삶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다.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정체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되 거기에 안주하지만 말고 그 이상의 가치를 설정하고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체된 삶에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삶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사람들이 각기 다르듯이 삶의 모습도 서로 다르다. 현실에 만족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나가는 삶이 있는 반면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삶을 위해 도전하는 삶도 있다. 현재의 삶 그 이상을 추구하다가 현재의 삶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되 그 속에서 조금씩 그 이상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태도이다.-계성고 3년 이재준
---40차문제 총평
40차 문제는 실전 감각을 익혀서 논술고사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바라는 마음에서 2000학년도 건국대학교 논술문제를 편집 정리하여 출제하였음을 밝혀 둔다. 이 문제의 성패는 제시문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데 있다. 제시문의 두 글은 주어진 삶의 조건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삶을 엮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제기하고 있다. 글 (가)는 주어진 조건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며(도전적 이상 추구형), (나)는 열악한 조건을 탓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기 방식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발견하는 태도를 보여 준다(적극적 현실 적응형). 양쪽 모두 삶의 조건을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그냥 주어진 대로 나날을 살아가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와 구별되는 주체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은 적극적인데 비하여 한쪽은 소극적이라든가, 한쪽은 지혜로운 데 비하여 한쪽은 무지하다든가 하는 식으로 손쉽게 재단하는 경우는 제시문의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삶의 태도 모두에 문제점이 있음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가)의 토끼의 삶에서는 특별한 준비 없이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무모함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며, (나)의 삶의 태도에서는 그러한 삶이 자기 최면 식의 현실 안주에 해당하는 것이며, 그러한 삶이 오히려 모순과 부조리의 상황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제시문에 담긴 이러한 요소들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것들을 바르게 파악하고 그것을 자신의 사고 속에 소화함으로써 논리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답안을 작성한다면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있다.
40차 문제의 응모작들 중에서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제시문의 취지를 바로 이해하여 논제에 맞게 논지를 전개한 작품들이 드물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출제의도에 상당히 접근한 계성고등학교 3학년 이재준군의 글을 우수작으로 선정한다. 이군은 나름대로 논제를 소화해 내었으며, 자신의 논지를 세워 논리적으로 글을 전개한 점이 돋보인다. 본론의 전개과정을 요약해 보면 제시문에 대한 이해과정, 현재의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태도지지, 그에 대한 근거 제시, 그 태도에서의 발전된 사고 추가의 과정을 거치고 있어 논지 전개 과정이 논리적이며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토끼의 삶의 태도 중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더라면 자신의 주장을 더욱 정당화할 수 있었을 것이며, 토끼의 삶의 태도 중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결론에서 주장한 '현재의 삶 이상의 가치를 설정하여 추구하는 태도가 바람직함'을 뒷받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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