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한나라당은 밤새 엎치락 뒤치락한 끝에 민주당을 여유있게 제치고 목표했던 '제1당'을 달성, '총선승리'라는 표현을 독점할 수 있게 된데 대해 우선 환호하고 있다.
홍사덕(洪思德) 선대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지난 2년간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총선의 본질로 내세운 '현정권 중간심판론'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고 자평했다.
박창달(朴昌達) 상황실장은 "현명한 유권자들이 남북관계와 선거를 별개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정상회담이란 '막판변수'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이 한나라당 위기론으로 연결되면서 영남표를 결집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선대위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선거후 몰아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단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공천후유증을 딛고 당 장악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당분간 탄탄대로를 걷게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지지기반인 영남의 전체의석수가 65석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 29석의 2.2배에 달한만큼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에 사실상 참패를 면치 못했다는 점에 내심 곤혹스러운 표정들도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파동'으로 이미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른 이 총재로서는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재장악한 후 차기 대권가도를 향해 앞서 달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공천을 통해 지구당 위원장의 절대 다수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어서 총재 경선 승리는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16대 국회 원구성전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때문에 이를 제지할 김덕룡(金德龍) 부총재와 강삼재(姜三載) 강재섭(姜在涉)의원의 합종연횡 등 당내 차세대주자들의 돌파구 모색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수도권 부진에 따른 영남권 차세대 주자론이 가시화되면서 이들이 얼마만큼 세를 얻을 수 있을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 총재로선 당권을 재장악하는 것으로 대권가도의 장애물을 제거한 후 한나라당에 의한 '역정계개편'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파고를 헤쳐낸 그가 자민련 위축에다 과반수 정당이 없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또하나의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승패를 떠나 수도권에서의 선전과 전국정당화 기반 마련이라는데서 의미를 찾고 있다.
지난 15대 총선때 1석도 건지지 못했던 대전.충남북과 강원, 제주지역에서 약진함으로써, 비록 영남지역 교두보 확보엔 실패했지만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췄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15대때는 96석중 30석에 그쳤으나 이번에 97석(연천.포천 무공천)중 60석에 육박, 2배 가까이 늘어남으로써 영.호남간 36석에 달하는 의석차이를 그나마 좁힐 수 있었다.
김한길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현재 의석에 비하면 상당한 약진이고, 특히 수도권에서의 압도적인 승리와 영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의석을 확보, 전국정당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보면 목표를 달성했고 크게 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초부터 100석 목표에 80석부터 출발했으므로 100석에 근접한 결과이면 '선전'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출구조사에서 1당으로 나왔을 때의 흥분에 비해 내심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호남지역의 친여성향 무소속 당선자를 포함하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향후 초대형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정도는 아니며, 여야 어느쪽에도 힘이 쏠리지 않는 '황금분할'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정치.경제.사회분야의 각종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16대원구성에 즈음해 내부체제를 새로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은 물론 제1당 지위를 획득하는데 실패함으로써 향후 국회 운영이나 국정 뒷받침이라는 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을 계속 떠안게 됐다.
야당측의 협조 없이는 독자적으로 입법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게 된 것이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향후 자민련과의 공조복원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심스럽게 자민련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민주당은 대야 관계에서 일단은 과반수 확보를 위한 인위적인 정계개편보다는 설득을 통해 협조와 공조를 유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호남의 친여 무소속 당선자와, 충청.강원지역에서 흡인력이 커진데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전면에 포진, 선거전을 주도했던 동교동계 주류와 수도권과 충청.강원지역의 선전을 이끌어낸 이인제(李仁濟) 선거대책위원장간의 관계가 향후 당운영과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자민련
자민련이 16대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창당 5년만에 최대위기를 맞게 됐다.
원내교섭 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마저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총선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틈새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물론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텃밭'으로 여기던 충청권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부터 절반 가량 잠식당함으로써 당의 '실질적 오너'인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의 정치적 위상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의 패인은 '보수논리'에 사로잡혀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김 명예총재의 충청권 장악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명예총재는 선거운동기간 충청권 사수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지난해 '내각제 파동' 이후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 의원의 독자노선 선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선대위원장의 논산 출마 등 안팎의 도전을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이한동(李漢東) 총재도 '중부정권 창출론'을 앞세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지역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으나 자신만 '단기필마'로 당선되는 수모를 당함으로써 향후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참패는 당장 지도부 인책론 대두, 일부 의원들의 이탈 등 적지않는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으로부터 '흡수 압력'을 받게 될 경우 자민련이 이를 물리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김 명예총재와 이 총재는 민주당 또는 한나라당과 사안별로 협력하는 등 줄타기를 하면서 당을 지킨 뒤 정계개편 과정에서 진로를 최종 결정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내 교섭단체 구성 실패로 이런 노력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높다.
◈민국당
민국당이 총선에서 참패, 향후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민국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10석 안팎을 기대했으나 기대를 모았던 부산 '중진후보'들의 몰락 등으로 당자체를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영남권 선전을 기반으로 총선 이후 정계개편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모색하려 했던 당초 구상이 근본부터 흔들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국당의 패배는 새 정치 세력으로서 이미지를 심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을 앞둔 지도부의 출마번복 소동, 타당과의 차별화 실패 등으로 '낙천자 분풀이 모임', '영남정서에 기댄 지역정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그나마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는 데 실패함에 따라 '승부처'로 삼았던 부산에서도 "민국당을 찍으면 DJ를 돕는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싹쓸이 전략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장기표(張琪杓) 선대위원장은 "금권.관권선거에다 'DJ 대 반(反) DJ' 지역구도에서 설자리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야권분열 책임을 추궁하며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국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당 지도부가 너나 할 것없이 몰락, 당을 추스릴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는데다 당을 유지할 재원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민국당은 간판만 내건 유명무실한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사교 클럽'처럼 정보나 교환하는 '반(半) 정당' 형태로 존속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정책 정당을 지향, 국민에게 접근하면서 차기 대선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내 인사들의 '통일된 행보'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색깔과 전력을 지닌 민국당에는 적용이 쉽지 않은 암초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오히려 중진 정치인이 즐비한 당전열상 이들의 개별 행보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경우 '급조된 정당'답게 급속한 와해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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