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김용주(경북대의대 교수·진단방사선과)

부드러운 바람이 몸을 푸는 수면의 햇살이 투명하고 따뜻하다.유유히 흐르는 강변에 서면 '몰다우'의 멜로디가 환청처럼 들린다. 유년시절 날마다 강둑을 따라 걸으며 저 물결이 어디에서 시작되며 어디로 흘러가는지 늘 궁금했었다.

지명의 나이에 다다른 지금 내삶이 어디로 흘러 다가올 그 날 이후 어디로 윤회하게 될지 아득해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물결 흐르듯 시간이 흘러간다.

생각해보면 나날이 맞는 모든 일들이 정해진 물결대로 흐르는 강물같다. 때로는 홍수에 물길이 바뀌기도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강의 시작은 작은 시내에서 숨은 듯 흐르다가 작은 물줄기가 되고 넓은 강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 들어 마침내 하나의 바다로 용해되는 강의 속성은 우리네 삶과 흡사하지 않은가.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듯이 흘러오는 강물은 언제나 새롭고 남은 날을 향해 흘러가는 물길은 두렵지 않고 경이롭다.강변 숲에 쉬던 새들이 무언가 수런거리더니 하늘로 떼지어 날아오른다.

새들이 가는 푸른 하늘에 하얀 비행운이 길을 낸다.

내 영혼이 가야하는 길도 새들이 지나간 흔적처럼 무한 공간이 아닐까.

강건너 버드나무 숲 모래밭에서 버들피리 불며 바라보던 강물위에 비친 투명한 하늘이 떠오른다.

강위에 피어오르는 안개 같은 슬픔이 내게 다가올지라도 물위에 춤추는 아름다운 햇살은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처럼 아름답다.

강물위에 끊임없이 눈부신 햇살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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