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날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

급속한 정보화, 컴퓨터 보급 확대 등으로 어린이들의 정보화 수준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신체는 큰데 체력은 약하고, 두뇌는 발달하지만 정서는 메마르게' 성장하기 쉽다는 측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컴퓨터 이용이 늘면서 어린이들의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핵가족화에 따른 부모들의 과잉보호 탓으로만 핑계댈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를 뛰어다니는 아이를 찾아나오는 엄마들, 밤하늘을 보며 별 이야기를 나누던 가족의 풍경은 이제 도시에서는 물론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남는 시간을 컴퓨터 놀이와 TV시청으로 혼자서 보내는 어린이가 3분의2를 차지한 점은 심각한 현실의 반영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에 대한 중독성은 고학년일수록 심해 학원 수강이나 숙제 등을 하고 남는 시간에 컴퓨터를 한다는 3학년생은 49%인데 비해 6학년생은 59%나 됐다. 하루 1시간 이상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학생은 저학년 61%에 비해 고학년 71%로 더 높았다.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어린이들에게 자신만이 소중한 것은 당연한 일. 개성과 인격 존중을 어른들에게 가장 바라는 사실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실제 부모님이 가장 원망스러울 때로 조사대상 초등학생 300명 가운데 162명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꾸중할 때'를 꼽았으며 '내 의견을 무시하고 부모님 주장만 강요할 때'가 69명으로, 두가지 대답이 전체의 77%나 됐다.

교사들에게 바라는 점도 과거와 차이가 크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대해달라'가 34%, '공부 외적인 것을 많이 가르쳐 달라'가 30%로, '공부를 잘 가르쳐달라'(28%)보다 많았다. 특히 6학년 어린이들은 52%가 평등한 대우를 바란 반면 공부에 대한 요구는 9%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공부 외적인 부분에 대한 바람은 학교공부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먼저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공부보다는 다양한 상식과 교양을 갖춘 교사를 좋아하는 데서 비롯된 것. "말을 안 들어서 너무 힘들다"는 교사들, 컴퓨터에 빠져 부모와 교사에게 '자신'만 앞세우는 어린이들, 새 천년 첫 어린이날에 비친 현실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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