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과학 신과학자-경북대 유전공학과 박용복 교수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동맥경화증의 원인규명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생명공학의 독자적 경지를 개척해온 경북대 유전공학과 박용복(47)교수.

박 교수가 지난 92년부터 매달려온 동맥경화증 관련 DNA(염색체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 연구는 이미 국내에서는 독보적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동맥경화증 원인규명을 위해 동맥경화증 환자 혈관내 거품세포(foam cell)와 정상인의 혈관내 세포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해왔다. 연구 결과 벌써 정상인과 다른 160개의 유전자를 발견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를 통해 박 교수는 정상인과 상이한 유전자들을 나열한 'DNA 칩(chip)'을 개발할 계획이다. DNA 칩이 완성되면 동맥경화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많은 예비환자를 발병전 미리 예측할 수 있게돼 생명공학계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동맥경화 유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유전자 판별이 가능하게 될 경우 발병 전 동맥경화를 사전억제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개발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박 교수는 5∼10년내 DNA칩을 완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박 교수가 석박사과정인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연구중인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제 개발은 국내는 물론 세계 의학계의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94년 박 교수는 인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일 수 있는 'CETP'저해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다.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란 콜레스테롤의 체외배출을 방해하는 효소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주 요인 중의 하나. 박교수가 'CETP'저해제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제약회사의 기술이전제의가 쇄도했다. 고심끝에 박 교수는 LG화학에 기술을 이전했다. 화학적 반응을 통해 개발된 이 약은 현재 실용화를 위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CETP'저해제 개발의 공로로 박 교수는 지난 97년 미 최대 제약회사인 MSD가 수여하는 학술상을 수상했다.

심장질환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전체 사망원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은 사망원인이다.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50조원 규모의 세계의료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획기적인 콜레스테롤 저하제 개발은 곧장 돈으로 연결된다. 국제 의약계가 콜레스테롤 저하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이 엄청난 규모의 의료수요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개발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귤껍질에서 추출한 식품첨가물질의 개발은 대표적인 성과. 박 교수를 비롯 대전 생명공학연구소(소장 복성해) 소속 전국 11명의 연구진은 94년 귤껍질에서 추출한 JBB-1 과 JBB-2 물질을 통해 콜레스테롤 저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식품을 개발해왔다. 지금까지 귤껍질이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주요 구성 물질에 대한 원인규명작업이 부족했다. 박 교수는 귤껍질 추출물을 실험용 쥐에게 투여, 콜레스테롤이 저하되는 효과를 확인했으나 구성물질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했다. 연구결과 박 교수는 JBB-1과 JBB-2 가 동물과 인간의 소화과정중 특정구조가 절단되면서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사실을 마침내 발견하게 됐다. 특히 감귤은 외제보다는 푸른 색을 띤 제주도 감귤이 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에는 동료이자 부인인 경북대 식품영양과 최명숙 교수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박 교수가 추출한 이들 물질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안전청에서 안전진단을 마친 것으로 식품으로서 안전성이 확인된 바 있다. 벤처기업 바이오팜에서 개발 중인 이들 감귤 추출물 식품은 올 연말 상용화 과정을 거쳐 미·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지금까지 박 교수가 취득한 특허는 국제특허 13건, 국내특허 32건 등 모두 45건에 이르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수준이 미국에 비해 약 6년가량 뒤쳐져 있지만 잠재적인 전망은 크게 밝은 편"이라며 "미래 산업을 선도할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柳承完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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