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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대총의 유리구슬은 '로만 글라스'

지난 75년 발굴된 경주 황남대총. 동서 80m, 남북의 길이 120m, 높이 25m인 이 거대한 능에서 낯선 부장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5, 6개의 유리 용기와 형형색색의 유리 구슬들.

13일 KBS 역사스페셜 '2000년전의 수입품, 로만글라스'(오후8시)는 1천500년전 무덤에서 나온 이 유리 유물들의 정체를 찾아나선다.

성분 및 제작 기법 조사 분석 결과 황남대총 유리구슬들은 BC 1세기경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만들어진 '로만 글라스'로 밝혀졌다. 당시 보석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녔었다는 유리. 대륙의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이 유리 용기들이 어떻게 한반도에서 발견되었을까.

새머리 모양을 닮았다는 봉수형 수병, 유리컵 그리고 유리 구슬들. 이 유리 용기들은 금실을 두르거나 금박을 입혀 그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유리는 성분 분석 결과 납바리움 성분의 유리면 중국계 유리, 소다 성분의 유리면 로마계 유리로 분류된다. 황남대총의 유리유물은 소다 성분. 소다 성분의 유리는 당시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는 생산되지 않던 것. 특히 코발트를 첨가해 담록색, 감색의 빛을 띠는 유리는 먼 나라 로마에서 온 수입품이라는 이야기다. 역사스페셜 취재진이 찾은 유리의 본고장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이곳에서는 아직도 고대 유리 제조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BC 1세기경 당시 로마의 지배를 받던 지중해 연안에서는 일명 '대롱불기법' 이라는 유리 제작의 혁명이 일어났다. 긴 막대에 유리 용액을 찍어낸 다음 입김을 불어 유리를 제작하는 '대롱불기법'은 현재까지도 면면히 이어지면서 대량의 '로만글라스' 제작을 가능하게 했다. 2세기 중엽 수많은 로마의 상인들이 배를 타고 중국에 들어왔다. 이곳 바닷길을 통해 로마와 인도에서는 철을 수입하고 유리 등을 수출했다. 실크로드의 전래보다 더 이른 1세기 쯤 유리는 이미 바닷길을 따라 한반도의 남쪽으로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1천500년전 무덤에서 출토된 유리 용기들이 당시 활발하게 이뤄졌던 동서양의 활발한 문화교류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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