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측 기자단 축소요구 배경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절차 합의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측 취재기자단의 숫자다. 북측이 우리 측 요구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실무절차 합의를 위한 전화통지문을 보내면서도 북측은 완강했다. 이 통지문에서 북한은 대부분의 합의문안에 우리 측 입장을 수용했지만 기자단 문제는 제외했다. 북측은 여전히 우리 측 80명 요구에 30~40명 수준 이상은 안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북측이 왜 기자단 규모에 이처럼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걸까. 우리 측 80명 안은 이미 지난 94년 정상회담 준비 때도 합의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측이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에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대표적인 예로 지난 92년 남북 고위급 회담 때 '묘향산과 해수욕문제를 들었다. 당시 한 기자는 북한주민에게 "해수욕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고 이 주민은 "묘향산으로 간다"고 대답했다는 것. 그런데 당시 이 기자가 북한의 포괄적인 휴가개념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보도하는 바람에 북측이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 보도와 관련, 그동안 북측과 마찰을 빚었던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취재진 규모 문제로 북측이 이처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자 당장 우리 정부 측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쪽 요구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최대한 노력 중"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취재단 규모를 북측 요구대로 축소할 경우 자칫 보도 통제 우려를 살 수도 있고 우리 측 요구를 그대로 관철하기에는 북측이 너무 완강하다는 상황에서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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