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살자 인식전환 시급

이달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광학박람회(MIDO)를 참관한 지역 안경테업계 관계자들은 200여명.

이들중 일부는 외국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 실질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상당수는 상담을 통한 주문 확보보다 바이어와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중소업체 관계자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외국까지 나가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각 업체의 바이어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 한국기업과 거래하는 바이어는 그 수가 한정된데다 신상명세마저 거의 공개돼 있어 지역 업체끼리 '바이어 빼가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이 독립, 회사를 세우는 아웃소싱이 발달한 안경테업계에서는 다른 회사 바이어에 대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비단 안경테업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정부의 보호막속에 안주한 대부분 지역 중기들은 기술개발을 통한 독자적인 활로 모색보다 타사 제품 베끼기.덤핑.바이어 빼가기 등 다른 업체의 발목을 잡는 관행에만 익숙해져왔다. 이번 고유업종 해제에 대해 일부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쟁업체의 제품 베끼기는 도를 넘어 "기술개발을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염색공장에 염색을 의뢰한 중소 제직업체의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시중에 유사품이 나오는 것은 섬유업계에 만연한 베끼기 관행을 설명하는 단적인 예.

덤핑은 지역 업계의 고질병. 지난 3월 두바이를 방문하고 돌아온 문희갑 대구시장은 지역 업체들의 덤핑 행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 섬유업체들끼리 덤핑 경쟁을 하는 바람에 두바이 바이어들의 피해가 속출한다는 사실을 현지에서 확인했기 때문.

문 시장은 바이어들이 국내업체들의 상품을 구입해놓으면 다른 업체들이 더 싼 가격에 물건을 내기 때문에 한국 상품 불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섬유업체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올해 유난히 심한 봄가뭄으로 우산이 안팔려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양산.우산업계 덤핑 경쟁도 치열하다.

10~20% 할인에서 시작된 덤핑률은 '다른 업체보다 더 싸게 팔겠다'는 업체들의 제의로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행사도 지역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덤핑을 부추기는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소수의 바이어가 다수의 업체와 상담을 하다보니 업체간 경쟁이 심해져 가격을 적정수준 이하로까지 낮추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간 자율 규제가 이상적이지만 '함께 살아야한다'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 규제는 공염불로 그칠 공산이 크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金嘉瑩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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