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총리가 재산의 일부를 제3자에게 명의신탁해 관리해 온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인 박 총리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관리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성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 문제가 터지자 당장 박 총리의 거취문제를 거론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17일 "박 총리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박 총리 측은 문제가 있다면 왜 88년에 명의신탁을 했느냐는 것이지만 박 총리 재산은 지난 97년 보궐선거 이후 재산등록을 통해 모두 공개됐다"며 관련 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박 총리의 실각을 노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박 총리가 포철회장과 민자당 대표시절 세금을 적게 내고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조모씨에게 재산을 명의신탁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나타난 박 총리의 명의신탁 재산은 모두 6건. 이 가운데 재판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토지와 건물 등 4건의 경우 박 총리 본인재산으로 종합소득세 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박 총리 측은 당황해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박정호 공보수석 비서관은 "문제가 된 부동산들은 97년 박 총리가 보궐선거로 15대 국회의원이 됐을 당시 자신의 재산으로 신고하는 등 공직자가 된 이후 재산을 숨기거나 탈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또 "부동산 구입시기인 80년대는 많은 사람들이 제3자 명의로 해두는 명의신탁이 공공연했다"고 해명했다.
또 한 측근은 "총리로서는 보선 이후 재산등록에서 재산문제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판결에서도 앞뒤 다 없애고 명의신탁 문제만 부각되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그러나 박 총리 측은 이 문제가 거취문제로 연결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측에서 "사퇴 등의 즉각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도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경우 박 총리 스스로 중대결심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 여권이 영남권 공략에 실패한후 박 총리의 거취문제가 자주 거론돼 왔다. 박 총리의 효용성이 그만큼 없어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파문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 박 총리 측은 "그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지 조씨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소송을 내 불거진 우발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말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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