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앞산 산할아버지 '대덕산 송(頌)' 낸다

65년을 계속해서 대구 앞산을 찾고 있는 권영록 할아버지. 얼른 보기엔 70대 중반 정도같지만 실제는 88세.

"산이 좋아 오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지요. 그래서 아마 이 나이까지 산행을 즐길 수 있었나 봅니다". 권할아버지의 하루는 지금도 대명동 집을 출발해 앞산을 찾는 걸로 시작된다.

이런 권할아버지가 근래엔 앞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정확히 알리기 위해 뭔가 일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시작한 일은 '대덕산 송(頌)' 저술. 초고에는 앞산의 골골과 온갖 암자, 각종 기념비들이 일일이 적시됐다. 역사도 고찰됐고, 철따라 변하는 산의 모습, 어디가면 석천(石泉)을 만날 수 있는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권할아버지는 워낙 오랜 세월 찾은 탓에 앞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 마치 손바닥을 살피듯 하는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듣는이가 지금 앞산에 올라 있는듯 착각이 들 지경이다.

"산도 사람처럼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 3월이면 눈얼음 녹은 물 일곱 골에 소리내고, 4월이면 큰골 벚꽃 개나리 산책길이 아름답지. 5월이면 아침노을 흰띠 위에 신록이 선명하고, 6월이면 앞산 기슭에 아카시아 꽃이 만발해 내음이 온 산을 뒤덮지. 하지만 역시 산은 가을이 최고야. 낙엽이 소소히 내리고 가을 바람 살랑일 때는 이게 인생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권할아버지는 대구사범 1년때이던 1935년에 처음으로 앞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는 나무가 하도 울창해 혼자서는 무서워 올라가기 겁낼 정도였다는 것. 그러던 것이 일제말기, 일본인들이 전쟁준비 한다며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어내 민둥산이 되다시피 했다는 얘기였다. 崔昌熙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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