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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광수(경운대교수·경찰행정학)

흔히 우리는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선진국인 미국 일본 등과 비교를 한다. 물론 세계의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결점을 자각하고 발전의 지표와 자극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교육에서 이웃 아이와의 무조건적 비교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처럼 선진국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동경은 부작용만 초래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개념은 엄밀하게 말하면 경제적인 관점과 관련된 것으로 경제적으로 이미 개발된 국가(economically developed)와 개발되지않은 국가(undeveloped)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수준의 우열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정치, 언론, 학계 등에서 우리의 문화, 가치관이나 사회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선진국의 여러 사례를 인용, 정책의 모델로 삼으려는 모습으로 종종 나타난다. 교육정책의 혼선과 시행착오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도 그동안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들이 공부한 국가의 모델 또는 특정집단의 목소리에 따라 수시로 제도를 변경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천하의 모든 일은 본받을 표준이 없어서는 아니 되고 법도가 있어야 한다지만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것만 표준으로 내세우면서 전체에 적용하려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는 지금 급속도로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나 시민의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선진국과의 단순비교와 충분한 고찰없는 선진국의 정책이나 국가운영시스템의 도입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규모나 제도와 같은 하드웨어 측면 뿐만 아니라 그것을 우리의 문화와 가치관 속에 융화시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역량의 축적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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