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측 연설서 본 입장차이

남북한이 지난 13일 첫 정상회담 일정을 진행하면서 회담 의미, 공동관심사, 과거사에 대한 평가 등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이같은 입장차가 정상회담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있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대하는 남북한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은 13일 오후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행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찬사다.

이날 오후 7시 10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자주적 선택과 애국의 결단으로 마련한 뜻 깊은 상봉'이라고 북측의 호응 노력을 은근히 부각시키면서 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공동의 관심사인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의의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여 북측의 회담의제 내지는 관심사가 '통일문제'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의 핵심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코멘트'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을 북측의 전적인 의사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98년 9월 헌법개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비록 명목상이기는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로 격상한 만큼 그의 발언을 무시할 없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반면 김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을 계기로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남북한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자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자주적 선택과 애국적 결단'으로 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한 김 위원장과 달리 '회담을 계기로 7천만 민족이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실천적인 신뢰구축 조치 등을 마련할 할 것을 우회적으로 역설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찬사를 액면그대로 풀이할 경우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당국자간 대화채널 신설 문제 △한반도 평화 안정체제 구축 문제를, 북측은 '자주적 통일문제'에 주력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시각차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양측의 해법이다. 남측은 남북관계의 현구도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 및 한반도 평화 안정체제 구축 방안강구 등 불안전한 부분을 보완해 나간다는 입장인 반면 북측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통일'로 인식하고 이 문제부터 우선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가 정상회담 과정에서 표출된 만큼 향후 남북대화 과정에서 본격적인 의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이러한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길 꺼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후 '민족애의 열정을 가지고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지만 북측을 얼마나 이해시켰는지는미지수다.

이밖에 남북한은 지난 세기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남측이 금강산관광, 서해공단 등을 예로 들며 지난 2년간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한 반면 북측은 '외세의 간섭과 사대주의 후과로 인한 민족수난기'라고 정의했다.

분단 55년이 남긴 남북간의 이런 괴리를 남북한 두 정상이 어떻게 좁혀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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