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0년간 걸어 두었던 빗장을 풀고 북한과의 본격적인 경제 관계 복원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 완화는 특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해빙 기운이 완연해진 한반도 정세와 보조를 같이 한 것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포용정책'이 적극적인 조화를 모색하고 나선 셈이다.
미국은 한국전 발발 직후인 지난 1950년 6월28일 수출관리법을 근거로 전면 금수 조치를 내린 이래 대(對) 적성국교역법, 테러지원국 관련 규정, 공산국가에 대한 제재 조항,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사실상 봉쇄했으며지난 1989년과 1996년 인도적 물자 등에 한해 부분적인 해제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미국의 대북 경제 관계는 지난해 9월12일 베를린협상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발사 시험 유보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보상'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9월17일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방침을 밝힘으로써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미국은 관련 규정 개정을 이유로 9개월이 넘도록 시행을 미뤄 북한의 노골적인 불만을 샀고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한 북한의 추가 조치를 겨냥해 지연 작전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이 마침내 '관보 게재'라는 선심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지난달 하순 로마에서 열린 핵회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워싱턴 분석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핵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시 체제 구축에 동의할 것을 전제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대북 경제 지원 등 포괄적인 대북관계 개선을 제의했고 북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지난 15일의 밀 5만t 지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오는 28일 뉴욕 미사일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보장을 문서화하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먼저 카드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사정이야 어쨌든 이제 미국 기업들의 대북 진출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미 한국협회(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대사는 1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곡물업체 카길, 건설업체 벡텔, 발전설비업체 컴버스천 엔지니어링과 금융계에서 씨티그룹, 리먼 브러더스, 골드만 삭스 등 한국에 진출한 6개 미국 업체가 대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도 미국 기업들의 대북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스타텍 글로벌 커뮤티메이션이 최근 북한 조선체신회사와 국제전화선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밖에도 북한과의 거래를 추진하는 미국 기업들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수용 태세 미비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의 대북 투자가 제 궤도에 오르려면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미국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장과 금융 결제 제도 확립, 사회기반시설 확충, 구태의연한 공산주의식 관행의 개선 등 제반 여건 성숙이 선결 과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대북 진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다퉈 한국 기업들과 손잡으려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주도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관계 법령 개폐와 제도 및 관행 개혁 등을 서두르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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