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과 달리 뇌물공여자에 대해서는 '솜 방망이 처리'에 그치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굳어져 있어 법 집행의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은 뇌물수수사건의 경우 금품을 준 사람의 자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많고 그에 따라 재판과정의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 기법상 뇌물공여자의 처리를 관대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액의 뇌물사건이나 인.허가를 둘러싼 상습적 금품수수비리는 업자들이 뇌물을 통해 '부정한 이득'을 상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수뢰 공무원 못지않게 일벌백계로 죄질을 따져야한다는 게 국민의 법감정이란 지적이다.
대구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는 지난달 30일 팔공산 난개발 비리를 수사하면서 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재영 영천시장을 구속한 반면 뇌물을 주고 자연을 파괴해가며 개발 이익을 챙긴 전 대구시의원 정동수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농지 6필지 3천평이 준도시지역의 운동휴양지여서 전용이 어렵자 뇌물을 주고 용도지구를 준농림지역으로 변경해 음식점 위락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휴양시설로 조성해 팔공산의 경관을 해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부패특수부는 또 도시개발 용역 입찰 비리 수사에서 설계.감리업체인 (주)대아종합기술공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남동한 대구시종합건설본부장 등 5명을 구속하고 1명을 수배했으나 이들에게 각종 명목으로 돈을 준 대아종합기술공사 대표 김종규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최근 5년여간 50명이 넘는 공무원에게 돈을 뿌려 공직사회에 '뇌물 불감증'을 불러 일으키고 그 대가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용역을 거의 독차지해 난개발을 부른 점에 비추어 검찰의 불구속 처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반응이다.
더욱이 김씨는 뇌물사건 이후에도 대구와 경북에서 입찰을 통해 관급공사를 계속 따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이 뇌물공여자를 불구속 처리로 끝내는 관행에 대해 법원이 법정구속으로 견제하는 사례도 빚어지고 있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권순탁 판사는 지난달 15일 대구시 달서구 용산택지 분양계약을 해지하는 대가 등으로 대구시도시개발공사 직원에게 800만원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주)공영개발 대표 이대운씨(45)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구속 했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수사의 경우 뇌물공여자의 협조 없이는 수사가 어려워 불구속을 약속하는 관행이 있다"며 "국가 공권력이 수사상 필요에 의해 한 약속인 만큼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검찰의 수사력 미비로 뇌물공여자의 진술에 의존하다보니 이같은 결과를 낳는다"면서 "뇌물수수 범죄의 원인이 공무원이 강요하지 않는 이상 뇌물공여자에 있는 만큼 검찰의 '선처'에 대한 국민 법감정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참여연대 김중철 사무국장은 "현행 법에도 뇌물을 공여한 기업은 일정기간 관급공사 입찰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뇌물을 준 기업체나 업주도 엄벌에 처해야 공직사회의 부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崔在王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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