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 지역섬유-돌파구를 찾아라

후발 원사메이커인 대하합섬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다음날인 지난 1일 화섬업계의 지각 변동을 알리는 자율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막을 올렸다. SK케미칼과 삼양사는 오는 10월 폴리에스테르 사업 부문을 통합, 자산규모 7천억원, 매출 1조원의 국내 최대 규모 화섬업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인에는 워크아웃 중인 새한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화섬업계 자율 구조조정의 서막에 불과하다. 효성과 코오롱도 조만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화의에 들어간 업체들과 폴리에스테르 사업부문을 통합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이나 인수합병에는 똑같은 생산기술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우선 대상으로 떠오른다.

화섬업계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공멸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화섬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후발국가들보다 제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조정될 경우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업체들이 상생의 구조조정을 추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문제는 화섬업계 뿐만 아니라 직물 분야에서도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드러내 놓고 하지는 못하는 상태다.

김태훈 영남대 섬유공학과 교수는 "직물업계의 경우 시장 다변화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직물업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시장이 막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바이 및 홍콩 시장 수출이 기대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역 직물업계가 주저 앉아 버렸다는 것이다.

환경친화적 상품을 만들어 품질인증을 받은 뒤 유럽이나 북중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남미나 아프리카 등 지금까지 큰 공을 들이지 않았던 지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역 섬유업계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난 3월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영국 BTTG사로부터 에코텍스 라벨을 획득한 국제염직이 유럽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것은 좋은 성공 사례다.

대구 섬유기능대학 이호정 학장은 "늘 지적돼 왔기에 지나치기 쉽지만 기술 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주에 있는 ㄷ섬유. 방한복, 스포츠웨어 원단을 생산하는 이 업체 대표 정모씨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퇴근을 새벽 3시에 한다. 영업을 하지 않고 상품 생산에만 매달려도 매출이나 순이익은 매년 30~40%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 대기업 자재담당자들이 공장 앞에 와서 기다리기 일쑤다.

정 사장은 "10년전부터 범용직물에서 아이템을 고급화하고 품질을 향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극세사, 미세사를 생산하거나 타이타닉 등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요즘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출입 창구 난립을 어떻게 정리하는가도 수출 활성화의 과제로 등장한다. 한국직물수출입조합 강태승 이사장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수출업체들이 덤핑이나 남의 물건 가로채기 등을 일삼는 바람에 국내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업계가 이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섬유 수출 회복 여부가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崔正岩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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