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틀에 박힌 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파리의 소시민인 수학교사 알렉상드르. 어느날 아침 잠결에 받은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멀리 히말라야에서 형 쟝을 찾는 전화. 히말라야 셰르파족 여인사이에서 태어난 조카를 만나기 위해 산책하듯 배낭을 메고 그는 티베트로 떠난다'
두 번째 이야기. '1차 세계대전 무렵 러시아와 헝가리, 오스트리아 국경이 맞닿은 어느 마을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유태인 멘델 징어. 간질기가 있는 막내, 자진입대한 맏아들, 미국으로 건너간 둘째, 카자흐 병사와 놀아나는 딸…. 멘델은 이주를 결심하고 막내아들을 고향에 남겨둔 채 미국으로 건너간다. 아들의 실종과 전사, 딸의 정신병원 입원 전갈에 절명한 아내 등 잇따라 빚어진 비극적인 상황에 성경책을 불태우고 신을 증오하는 멘델…'
드라마적인 이야기 구조에다 깊이 있는 삶의 성찰을 담은 외국소설 두 편이 나란히 우리말로 번역돼 나와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1997년 프랑스 공쿠르상 후보에 오른 자크 란츠만의 소설 '희말라야의 아들'(세계사 펴냄,김정란 옮김)과 유태인 멘델 징어의 인생유전을 그린 현대 오스트리아 문학의 거장 요셉 로트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우남미디어 펴냄,박현용 옮김)'희말라야의 아들'의 주인공 알렉상드르에게 일상을 떠나 신비로운 형상으로 겹겹이 싸여 그 모습을 감추고 있는 히말라야의 한 기슭으로 떠나는 여정은 새로움의 절정이다. 물질적 성취에 도취돼 비인간적 구조로 변해버린 서구적 삶과 의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주인공은 히말라야에 닿기전 자아를 조금씩 버리고, 새로운 것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려고 노력한다.
10살짜리 빨강머리 셰르파 소년 '히마'와 형수 '카미'와의 생활속에서 그는 히말라야의 삶과 철학을 배우게 되고,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는 자유롭고 완전한 사랑을 느낀다. 10살의 나이에 삶의 이치를 이미 꿰뚫고 있는 히마. 작가는 그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너무나 무지한 서구인들에게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한다.
'희말라야의 아들'이 서구적 삶과 의식을 흔연히 떨쳐버리고 동양과 겹쳐지려는 노력을 담은 소설이라면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힘겨운 삶을 영위해야하는 동유럽 유태인의 삶을 통해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휴머니즘으로 풀어나간 작품이다.
한 남자의 굴곡 많은 인생이 아름다운 독일어 문장속에서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이 소설은 삶의 가장 큰 질곡이 삶의 가장 큰 희망이 되는 아이러니한 구도를 갖고 있다. 소설의 원제목은 '욥'.
동유럽 유태인의 존재를 간결하고 담담하면서도 여운 있는 필치로 그려낸 이 소설은 절망적인 시대에 자신의 삶을 껴안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잘 드러난다.
두 작가는 평생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방랑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레지스탕스-화가-칠레 구리광산 막노동꾼-프로도박꾼-방송기자-잡지발행인-작사가-시나리오 작가-타클라마칸 사막 횡단(자크 란츠만), 전쟁포로-저널리스트-프랑스 망명-알콜중독자-파리 빈민치료소에서 요절(요셉 로트) 등 끝없는 인생유전을 경험한 작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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