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 언론이 본 한국

한국이 왜 이러나? 외국 언론들이 최근의 잇단 파업 등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때 민주화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한국의 사무직 근로자들이 이번에는 이기적인 이유로 거리로 돌아 왔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표적은 민주화 투쟁의 원로인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이라며, 김대통령이 많은 변화를 추진 중이나 은행원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이 잡지는 말했다.

6만5천명의 은행 및 금융기관 직원을 조합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금융노련은 11일 전국적인 파업을 계획 중이며, 정부에 대해 관치금융 중단과 금융 지주회사법 제정 취소 등을 요구했으나, 그 진짜 목적은 조합원들의 실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잡지는 판단했다.

또 전례없는 전국 병의원 폐업으로 여러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고 희생자 가족들의 소송으로 의사 여러 명을 사법조치 대상으로 만든 6일간의 의료 파업도, 주된 동기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자신들의 수입감소를 우려한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최근의 여러 파업들은 한편으로는 한국이 다양한 이익집단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허용하는 개방 사회로 이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건강한 신호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이익집단들이 타인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이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개혁이 타인의 희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는 것이 이 잡지의 관전 평이다.

일본 NHK TV는 10일 한국의 금융파업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최근 의사들의 전면 파업으로 환자들이 일주일 가량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금융파업이 단행될 경우 한국 경제의 대외 신뢰가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파업 속발(續發), 경제 혼란'이라는 지난 5일자 외신면 톱기사를 통해, 금융노조 전면파업 선언, 의료 대란, 롯데호텔 파업 등 대형 파업이 줄을 이어, 회복기조의 한국 경제가 위협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에서 최근 대규모 노동쟁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폭력화가 두드러져, 적극적인 외자 도입 등 경제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재계에게 노동운동이 또다시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롯데호텔 노조원들이 점거했던 연회장의 파괴된 사진을 게재, 일본에서 1960∼70년대 대학 점거 투쟁을 전개한 '전공투'(全共鬪)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의 쟁의 격화는 노조가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회복 과정에서 당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다, 온건파인 한국노총과 급진파인 민주노총계의 경쟁 관계도 배경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이 한국에서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파업 뉴스가 속속 전해지면서 최근 정부와 재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대한 투자에도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970년대에 한국으로 앞다퉈 진출했다가 노사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경제위기 발생 후 노동운동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다시 서서히 한국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려왔다. (런던.도쿄연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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