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의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고(故) 김홍섭 판사는 지난 61년10월 '경주호(慶州號)납북기도'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3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갑자기 숙연해진 법정분위기를 깨고 그는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재판장인 나와 피고인중 누가 진정한 죄인인지 알수 있을겁니다"고 부연했다. 그리곤 그는 생계가 어려운 피고인들의 가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쌀 한말씩을 전했다. 그는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수 있느냐'를 고심하다 이승을 떠난 성직자같은 판사였다. 또 고 이찬형판사는 일제때인 1923년 어느 독립투사에게 사형을 선고한뒤 그걸 번뇌하다 어느날 홀연히 출가, 삭발하고 불교에 입문했다. 그가 유명한 효봉스님이다. 오늘날까지 법조계는 이들의 청교도적인 삶과 법을 지켜낸 이력을 기려, 그들을 '법조계의 전설'로 추앙하고 있다. 이번 대법관퇴임과 그에따른 연속되는 법조계 인사 과정에서도 숱한 화제가 뿌려졌다. 그중에서 사시6회의 강봉수 서울지법원장의 숨은 미담이 세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그는 10여년간 그의 부인과 함께 사재(私財)를 털고 친지도움으로 경기도 여주의 처가에 버려진 아이들 11명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고 휴일마다 정성으로 보살펴왔다. 차디찬 법관의 이미지와는 완연히 다른 '인간애'를 그가 남모르게 실천해온게 퇴임후에 알려져 더욱 감동을 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낸건 퇴임 대법관 6명의 공동퇴임사 내용이다. '국민의 이름으로라면 무엇이든 할 수있는듯이 급조된 국민여론을 내세워 법의 권위를 짓밟는 사회현실에 대해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할때가 됐다'는게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총선때 '잘못된 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통치권자의 발언, 그에따른 시민단체의 불법적 낙천·낙선운동 등을 겨냥한 직격탄의 의미를 담고있어 대법관들의 '시국인식'의 일단을 보인 셈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의미를 새삼 되돌아보게하는 대목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곧 그건 사회붕괴현상을 초래한다는 무서운 지적이자 비장한 양심선언이다. 통일논의로 온나라가 시끄러운 이 사회현상도 법치의 잣대로 보면 분명 '일단의 잘못'이 있는건 틀림이 없다. 다만 그게 묻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따름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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