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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일찍 소식 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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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만 일찍 소식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이봉호(73)씨는 17일 북측에서 보내온 이산가족 교환방문명단에 실린 동생 용호(68)씨의 이름을 보고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한평생 그토록 동생 용호씨를 기다리던 어머니 홍금임(99)씨가 지난 3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살아 생전 늘 "언제쯤이면 용호를 만날 수 있느냐"며 7남1녀중 유일하게 전쟁통에 나간후 소식을 알 수 없게된 용호씨를 그려왔다.

전쟁이 한창이던 50년 7월 하순 어느날 충남 아산군 탕정면 매곡리.

인민군의 점령으로 각 집마다 청년들이 의용군으로 차출되던 당시 대전사범중 5학년이던 동생 용호씨는 이날 아침 "두분 형님들은 식구가 있으니 홀몸인 제가 다녀오겠습니다"며 "제가 돌아올 때까지 부모님을 잘 모시고 계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홀홀 단신 전쟁터를 향해 떠났다.

"꼭 돌아오겠습니다"라는 용호씨의 약속이 있은지도 어언 50년.

그동안 아버지는 병환으로 일찍 세상을 뜨고 남은 식구들은 용호씨의 소식을 이리 저리 알아보았으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문조차 듣지못한 채 폭격에 죽었거니 체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은 6남매는 모두 남한에서 자영업을 하거나 농사를 지으며 순탄하게 살아왔지만 용호씨가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날 북으로부터 전해진 소식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봉호씨의 부인 김영순(74)씨도 "형님 두분을 대신해서 인민군으로 가신 시동생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울먹였다.

"용호를 만나면 먼저 부모님 산소에 데려가 성묘를 하고싶다"는 봉호씨는 "고향에서 동네 잔치도 준비할 것"라며 동생을 만날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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