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성급한 교과서 남북정상 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금융권 잠재부실규모를 정부의 공식발표보다 무려 20~30%나 많은 110조~120조원으로 추산하고 부실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까지 포함하면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금융감독원은 불과 보름전 기업.금융권의 2차구조조정에 앞서 작년말현재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합친 금융권 잠재부실규모는 총91조2천억원이라면서 "더이상 숨겨놓은 부실은 없다"고했기 때문에 정부의 공신력에 심각한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렇게 다른 실태파악을 바탕으로 2차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정부 발표대로라면 별문제가 없겠으나 한경연의 조사결과 대로라면 금융불안은 물론 실로 엄청난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공스러운 일이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의 조성규모도 달라져야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한경연의 조사결과에대해 "부실기업의 여신도 담보가 확실하면 정상채권으로 분류해야됨에도 부실채권으로 과다계상했다"고 반박하고"경기회복으로 회생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부실도 줄어들 것"이란 반론을 펴고 있다. 금융권의 여신관행대로 따져서는 담보만 충실하다면 부실이라할 수 없고 이자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기업도 경기만 좋아지면 살아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논리는 환란을 경험한 입장에선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기업이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선 담보평가수준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높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못하는 기업들은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도 회생할 수 없는 경우를 보아왔지않은가.

정부와 민간연구기관의 부실규모통계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조사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는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분석한 금융권의 개별적 부실규모를 집계한 것이고 한경연은 기업을 상대로 이자보상비율등 실제수익성을 근거로 부실규모를 산출했다는 것이다. 어느쪽 산출방법이 맞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못하는 부실기업이 국내 전체기업의 20%정도에 이른다는 것은 기업쪽에서 부실규모에 접근하는 방식도 충분히 받아들여야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통계는 제2금융권부실규모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는 FLC방식대로 하지않아 신뢰에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부실규모의 문제는 바로 신용경색과 금융불안에 직결되는 만큼 숨긴다고 될 일이아니다. 이번기회에 이론 없는 부실파악을 위해 정부의 권위만 내세우지말고 민간연구기관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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