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의 '화려한 데뷔'들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군사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일거에 이미지를 바꾸면서 세계인의 인식을 뒤흔들어 놓더니, 이번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푸틴의 화려한 데뷔의 무대는 내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담. KGB 출신답게정보정치적 행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만큼 '공작'까지 요란스럽다.
푸틴은 먼저 회담장에 도착하기 전의 '식전 행사'부터 치장을 확실히 했다. 먼저 중국을 둘러 그쪽과의 유대를 튼튼히 함으로써 곧 만날 내로라 하는 세계 정상들에게 제압감을 주는데 성공했다.
이어 북한에 들러서는 미국 등이 그렇게 골치아파 하는 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쇼킹한 아이템을 장만했다. "위성 발사체를 외국에서 지원해 준다면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모호하기 그지없는 북한쪽 발언을 이끌어 냄으로써 미국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은 어쨌든 관련 입장을 속속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다음날 자국내 극동지역을 찾아간 푸틴은 또다른 요상한 발언을 내놨다. "까딱하면 우리 극동지역을 앞으로 일본.중국.한국에 뺏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그것. 세계적 주목을 받을 거리는 못되겠지만, 한국 등 해당국에는 상당히 도전적인 말로 들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다음 그는 다른 7개국 정상들이 개막 모임을 갖고 난 뒤인 21일 오후 4시쯤 느긋하게 오키나와에 도착, 클린턴과의 단독회담부터 시작함으로써 또다른 모양을 연출했다. 게다가 그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는 절대 따로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기까지 하다. 근래 있었던 양국 사이의 몇가지 일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지만, 어쨌든 오만이 놀라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그의 행보는 세계의 핵심이라는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는 전혀 대조적이다. 클린턴은 그렇게 애태우고도 안방에서 연 중동 평화회담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기진맥진해 일본으로 옮아가야 했다.
여러가지 행보 중 특히 북한에서의 일과 관련, 러시아 신문들은 광적인 보도를 하고 있을 정도이다. 브레먀 노보스테이 신문 21일자는 '방패를 가지고 G8 정상회담에 자신만만 하게 간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은 단숨에 푸틴 대통령의 손에 넘어 왔으며, 외교 무대에 새롭게 등장한 모든 공은 이제 우리의 뜰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회담 중재와 푸틴의 북한 방문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외채 문제로 입지는 비록 지극히 좁지만, 푸틴이 새롭게 얻은 지위, 즉 '북한 정복자'라는 지위에 비교하면 지극히 사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푸틴은 가는 곳에 마다 선선함과 습기를 몰고 갔다"면서, 그의 방문을 계기로 베이징의 무더운 날씨가 한풀 꺾였고, 가뭄에 시달리던 북한에 장마가 왔으며, 역시 오랫동안 무더위에 시달리던 러시아 극동에도 많은 비가 동반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푸틴을 거의 신격화 하다시피 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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