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한 공무원(6급)은 "생활보호대상자들이 서울로 몰려들어 골치 아프다"고 머리를 싸맸다. 그는 그 이유를 "복지혜택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보다 서울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보호대상자(생보자) 한명이 받는 최소 생계보조비(7등급 기준)는 월 3만원. 대구의 경우 자치단체 추가보조금(부식비·피복비·교통비) 3만2천600원을 더해 월 6만여원을 받는다.
반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생보자의 경우 기본 생계보조비에다 자치단체에서 추가로 보조하는 명절보상금, 자녀실교육경비, 긴급구호사업비 등을 합치면 월 2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을 웃돌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앙-지방간 복지불균형은 급기야 생보자에게 장려금까지 줘가며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보내는 기현상까지 빚었다. 정부는 지난 82년부터 89년까지 생보자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주할 경우 장려금으로 100만~500만원까지 지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90년대 이후 생보자의 중앙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이 생계보조비가 높을 뿐아니라 복지회관 등을 비롯한 복지이용시설과 수용시설 등이 집중, 경제·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복지혜택의 지역실태나 생보자의 이주통계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복지수혜자들이 이같은 실태를 알게될 경우 중앙집중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국민 복지의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지만 부족분을 자치단체가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재정자립도에 따라 자치단체별 복지수준은 큰 편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복지불균형 현상은 시설 투자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대구대 특수학교인 '보건학교'의 경우 재단인 영광학원과 시교육청이 장애인시설 미비와 시설노후화에 대한 학부모들의 절규에 가까운 요구로 신축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청과 재단측이 거론하고 있는 신축비용은 30억~40억원 정도.
그 반면 지난 3월 서울에서 문을 연 특수학교 '우진학교'의 경우 신축비용만 160억원대에 이르고 수영장, 체육관, 직업재활실, 컴퓨터실 등 여느 일반학교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또 경기 선진학교, 명휘학교 등도 리프트장비를 갖춘 스쿨버스와 수영장, 특별활동교실 등을 갖췄으며 장애인 편의시설은 완벽한 수준이다. 빗물이 새는 건물에다 변변한 운동장마저 없는 대구지역의 특수학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장애인 시설 뿐 아니라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시설 등도 서울지역과 천지차이를 보이고 있다. 복지시설의 질적·양적 차이는 군단위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이달 13일부터 개정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역별로 학대받은 아동을 치료하고 보호할 전문기관을 설치토록 돼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은 아직까지 전문기관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을 제외한 타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10여개의 아동상담소와 치료·보호시설을 갖춘 서울과 비교하면 지방은 아동복지의 불모지로 볼 수 있다.
대구아동학대상담센터 안성진 총무는 "IMF 이후 실직가정이나 가정불화로 아동학대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울을 제외하고는 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이 어려워 민간단체에 아동복지 시스템 마련을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불균형은 예산지원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복지예산은 크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민간기업 및 단체의 후원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복지시설에 대한 국·시비 보조금 지원비율이 일률적으로 70대30에서 80년대 이후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서울지역의 경우 60대40에서 50대50까지 신축적으로 바뀌었으나 중앙과 지방간 불균형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민간기업 후원금도 지방은 찬밥이다. 올해부터 기업체가 복지단체 및 시설에 대해 후원금을 낼 경우 세금감면율을 100%로 확대, 후원금 규모는 크게 증가했지만 이는 결국 중앙의 복지만 살찌워 놓아 중앙-지방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이 복지단체와 시설이 몰린 서울에만 홍보효과를 노려 후원금을 집중 지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 민간단체에 대해 이중지원을 하지 못하도록한 규정으로 인해 중앙 단체의 지부형태인 지방 복지단체의 경우 기업후원금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헌규 대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정부차원의 복지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하나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지방의 복지단체 대다수가 중앙의 지부형태여서 기업후원금 및 정부프로젝트사업에서도 소외될 수 밖에 없다"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한 예로 지난 98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출범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운영방식과 사업을 들 수 있다.
기업체 후원금, 불우이웃돕기성금, ARS성금 등을 모아 복지지원 사업을 펴는 공동모금회는 전국에 15개 지회가 있으나 서울에는 중앙공동모금회와 공동모금회 서울지회가 이중으로 있다. 기업체 후원금은 결국 중앙공동모금회와 서울지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중앙공동모금회에 100억원을 기탁했으나 7월 현재까지 지역에 투입된 예산은 한푼도 없다.
황응수 대구사회복지협의회 팀장은 "현 구조상으로는 중앙과 지방간 복지불균형은 날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복지예산을 차등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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