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사·행자 연석회의 중단

4·13 총선의 선거부정 및 편파수사 시비를 가리기 위한 국회 법사·행자 연석회의가 당초 예정된 사흘간의 일정 가운데 첫날 일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종결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반발, 연석회의를 포함한 모든 국회일정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고, 민주당도 연석회의를 요구한 측이 한나라당인 만큼 단독으로 연석회의를 진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25일 "민주당의 폭거로 상생의 정치의 기본정신이 무너졌다"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사과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국회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무성(金武星) 수석부총무도 "결국 민주당도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면서 부정선거를 다루는 연석회의의 무력화도 함께 노린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이번 연석회의는 야당의 끈질긴 요청에 따라 국회를 더이상 파행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받아들인 것"이라며 "야당에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데 여당이 이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연석회의는 4·13 총선과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서 큰 역할을 했으나,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 강행처리로 인해 파행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대해 여야 일각에서는 "어차피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피곤한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차라리 회의가 중단된 게 다행일지 모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편 여야는 선거부정과 편파수사 시비를 따지기 위해 24일 열린 법사·행자위 첫날 연석회의에서 서로 상대당 당선자들의 부정선거 혐의를주장하면서 논란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체적인 부정선거와 편파수사라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의원들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과거에도 부정선거 시비는 항상 있었으나 한나라당처럼 동료의원들을 직접 거명하며 공세를 펼친 적은 없다며 이날 연석회의의 부적절함을 주장했다.

여야 3당은 이날 각각 상대당이 의원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공격에 나설 경우 맞대응하기 위해 집중공격 대상 의원과 선거구를 사전에 선정, 자료를 준비했으나 여야간 공방이 달아오르기전에 국회법 강행처리 사태로 연석회의가 오후부터 공전되는 바람에 큰 충돌은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날 오전 회의에선 지난 대정부질문 때와 달리 상대당 의원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선거구명과 성(姓)만 거론했다.

한나라당 윤경식(尹景湜) 의원은 "경기 성남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수사결과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고 김학송(金鶴松) 의원은 "서울 강서을에서 민주당 후보의 자원봉사자들이 2만5천대의 차량을 세차, 대당 3천원씩 7천500만원의 용역을 무료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고발당한 것은 사실이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윤경식 의원에 대한 (선거부정) 자료도 갖고 있으나 말하지 않겠다"고 넘어갔다.

그는 "이회창 총재가 4·13총선을 3·15 부정선거에 비유했으나 3·15 부정선거는 총유권자의 4할을 사전에 투표하고 경찰이 동행해서 3인조 투표하고 릴레이 투표도 한 선거였는데 이 총재가 이승만(李承晩) 정권이 저지른 3·15 부정선거의 실상에 대해 대단히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또 민주당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지구당 차원에선 세차 자원봉사자를 둔 적이 없고 지시한 적도 없어 전혀 모르는 일이었으며, 관내 차량 등록수가 2만5천대라는 이유로 그것을 대당 3천원에 모두 세차해 7천500만원의 기부행위를 했다는 주장은허무맹랑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우리당 이우재(李佑宰) 전 의원은 전혀 있지도 않은 자녀들의 병역비리가 문제됐다"며 "이 전 의원 아들은 지하철에 치여 죽다가 살아났고 다른 아들도 방위병으로 병역을 치렀는데 검찰은 혐의가 없음이 밝혀졌으면 혐의가 없다고 발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수사종결을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문화(鄭文和) 의원은 "선관위는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현행법을 어겨 선거법 경시풍조를 확산시키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판단했는데 현정부는 단호히 사법처리를 하지 않아 유착의혹을 낳고 있다"며 낙선운동에 대한 사법적 견해를 물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이성헌(李成憲)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부 선거구의 민주당 당선자들을 공격하자 '모 선거구'라고 선거구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검찰이 야당측 주장의 반대증언을 무시하고 있다며 "검찰의 잘못된 역편파수사"라고 변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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