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시중.국책은행장이 26일 긴급 회동, 현대건설의 여신을 당분간 전액 만기연장해 주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의 경우 만기연장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주거래은행과 현대측이 협조를 적극 요청한다는 차원에서 정리됐지만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등은 은행권에서 일단 합의를 해준 만큼 2금융권의 지원을 얻어내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 자금시장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더욱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이미 국민앞에 공표한 자구계획의 성실한 이행자세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이 긴급 진화=현대그룹의 자금난은 24일 한국기업평가가 현대건설을 비롯한 8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리면서 표면화됐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워크아웃설이 꾸준히 나돌았는데 현대건설의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이제 올 것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금융권은 일제히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특히 금융기관이 투기등급의 회사채를 보유하려면 까다로운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서는 만기연장을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측은 아파트선수금이나 영업자금, 유가증권 매각대금 등 자체자금을 총 동원, 24일에 1천억원 정도의 여신을 상환하는 등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시장이 쪽박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으로 시장 전체가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것이 은행장들의 긴급회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금난 진화 가능한가=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등은 이번 조치로 현대가 급한 자금난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는 이미 발표한 6천억원대의 자구계획외에 8천800억원의 추가자구계획을 이행중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상환압력만 없다면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을 일정에 따라 무난히 상환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현대건설에 돌아오는 여신금액만 2조2천억원이 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상이 은행권 자금이기 때문에 은행권의 만기연장 합의만으로도 큰 부담은 덜 수있게 됐다.
또 은행의 만기연장으로 위기를 넘길 경우 2금융권의 자세도 많이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2금융권이 갖고 있는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는 다음달말까지 8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면서 "우려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고 말했다.▲정부 음모론과 관치 논란=현대측은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부터 정부의 언질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의 현대 압박설을 제기했다.현대자동차 계열분리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는 양상이 빚어지자 정부가 현대 길들이기 차원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를 부인이라도 하듯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이 현대를 압박해서는 안된다며 자금회수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고 다시 하루가 지나서 은행장들의 만기연장 합의가 도출됐다.
현대를 둘러싼 정부와 시장의 움직임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26일의 은행장 회의도 사실상 정부가 원격 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여신 회수에 적극적이던 은행들이 갑자기 하루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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