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유회 한번 가면 주민들 피서 끝

집나가면 고생인줄 뻔히 알면서도 한번쯤 다녀오지 않으면 조금은 아쉽고 또 남보다 뒤처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피서. 그래서 이맘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해는 어디로 가볼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 민족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어진 38선 때문에 마음대로 오도가도 못하는 북한의 주민들은 여름에 피서를 갈까?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여름피서라는 것을 모른다. 피서라는 용어가 사전에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더위를 피한다는 단어로만 알고 있다. 여름피서를 갈 수 있는 것은 일부 특권층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5~7월은 '농촌지원전투기간'이다. 일반 주민들은 이 기간에는 법으로 주어진 휴가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일요일에도 쉴 수 없다. 5·6월에는 모내기에, 7월에는 모내기를 마친 논의 김매기에 동원된다. 직장인은 물론이고 군인·학생들까지 이 작업에 나선다. 이 동원령은 논의 초벌김매기가 끝나는 7월말까지 계속된다.

'농촌지원전투기간'이 끝나면 즉 대부분의 논에서 '초벌김매기'가 마무리되는 8월에 접어들면 일반 주민들은 마을 또는 직장 단위로 한번씩 가까운 곳에 야유회를 간다. 그러나 피서의 의미는 아니고 그 동안 모두 고생했다는 뜻에서다. 이 때는 돼지를 잡기도 한다고 지난 97년 귀순한 최근남(27·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전한다.

'전투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일반 주민들이 집에서 많이 떨어진 곳으로 휴가를 떠나기는 어렵다. 장거리 여행을 위해서는 통행증을 받아야 하는데 피서를 간다고 해서는 통행증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해수욕장 등 휴양지를 찾는 이들은 바로 인근에 사는 주민 또는 당국에서 특별히 허락한 사람들이다. 해수욕장에는 식당과 여관이 있지만 이용자들은 많지 않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자기들이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하고 '당일치기' 해수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위층들은 다르다. 노동당 중앙당 부장 이상의 고위간부들은 여름철이면 해변가 등 경치좋은 곳에 마련된 휴양시설들에서 피서를 즐긴다. 같은 해수욕장 안이지만 일반인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북한은 지난 80년대말 외화벌이의 일환으로 바닷가 지역인 함흥 마전, 원산 송도원, 남포 와우도 등에 외화만 사용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건설했다. 지금은 일반 화폐도 사용가능하다고 한다.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상당히 긴 기간의 휴가를 즐긴다. 또 이들 해수욕장에는 고급 건설자재로 지어진 '특각'(빠넬각이라고도 함)이라고 불리는 별장이 있는데 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宋回善기자 the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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