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위를 잊은 사람들-지하철공사장 최종진씨

피서 차량이 꼬리를 문 지난 토요일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 2-3공구(다사중학~성서공단) 건설현장은 찜통 더위를 잊고 작업에 열중이었다. 터파기에 한창인 굴착기, H빔을 나르는 크레인의 육중한 쇳소리가 더위를 녹였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복공판을 타고 내리는 지하 20여m. 밀폐된 지하공간 곳곳에서 요란한 소음과 함께 기계 열기가 더해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한증막이 따로 없다. 금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본격 피서철이 시작된 요즘 이곳에선 땀냄새를 물씬 풍기며 더위를 이기는 사람들이 있다. 구산토건 가시설 반장 최종진(40·경기도 부천시 원종2동)씨. 서울 지하철 3, 5, 6호선 공사에 참여하는 등 지하철 건설공사만 10년인 베테랑이다. 최씨가 대구에 내려온 것은 지난 98년 6월. 1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참사뒤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회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대구로 내려가 일해 달라는 회사의 제안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게 아쉬웠어요. 하지만 제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지요"

최씨가 30명의 가시설반 동료들과 하는 일은 토압을 견디는 강재 버팀보 등 가시설물을 설치하는 것. 지하철 공사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작업이다. 길이 10m가 넘는 강재 H빔을 서로 맞대어 용접하고 구멍을 내어 볼트로 연결하는 작업은 보통 3~4시간 걸리는 힘든 작업이다. 오전 7시부터 용접 마스크를 쓰고 강재 H빔과 몇시간동안 씨름하다 보면 땀에 절은 몸은 어느새 파김치가 된다.

특히 연중 쉬지 않고 진행되는 지하철 공사의 특성상 오후 6시 퇴근시간을 못키는 경우가 많다. 또 휴일조차 반납해야 할 때도 있어 느긋한 휴가는 그저 꿈일 뿐이다.

"가장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거지요.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 딸, 귀염둥이 막내딸 두 딸이 곱게 자라준 것만도 고마워요" 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전화로 달래는 최씨. 그 구리빛 얼굴에서 여름 무더위는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李庚達기자 sarang@im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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