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래전부터 고향에서 전시회를 갖고 싶던 차에 저를 초대해 줘 기쁜 마음으로 응했습니다."
지난 88년 태백화랑 개인전 이후 13년만에 대구에서 개인전(12-20,공산갤러리)을갖는 권여현(權汝鉉,39,국민대 미술학부 교수)씨. 그가 지금 독특한 개성의 역작들로 여름잠에 빠진 대구화단에 상큼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국내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그의 이력은 30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만큼 화려하다. 1984년 창작미협 공모전 대상, 86년 동아미술상, 90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91년 석남미술상, 95년 한국일보 청년작가전 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과 함께 한국일보 선정 2000년대를 이끌 100인의 샛별, 신동아 선정 2000년대를 이끌 100인의 예술가(미술가 7인), 21회의 개인전과 160여회의 단체전. 한마디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찬사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주자이다. "대학 재학땐 민중미술과 구상미술을 합일하는 작품, 이후엔 자의식을 반영하는작업들을 했습니다. 저는 단지 그런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을 뿐인데 평론가들은 신구상미술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해 주더군요"
겸손하게 자신을 말하는 그는 경북고와 서울대 미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대
학 재학때부터 주목받은 그는 자의식을 투영한 독특한 작품들로 일찌감치 이름을 날렸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선재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 일본 후쿠오카미술관 등지에 소장돼 있다. 그는 평단으로부터 '내밀한 독백형의 작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불안정한 계단, 좁은 벽틈 사이에 버려진 인간, 짐승
들에 팔뚝을 물린채 공포에 떠는 모습, 중성(中性) 인간, 주위에 시달리는 자화상, 곳곳에 등장하는 기둥(권위)을 쓰러뜨리려는 모습 등은 상징과 은유로 얽힌 자의식을 드러내면서도 독특한 조형미를 살리고 있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고향을 떠난 공백기인 지난 13년간의 작품들 중 대표작 19점을 선보이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노장사상,헤겔 등 철학자들의 사고에 영향받다보니 자의식이 작품 곳곳에 스며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는 그의 이번 대구전시회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성공적으로 갖춘 작가로서 지역 작가들과 화랑들에 자극을
줄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자아근접성과 관련된 작업들을 해볼까 합니다. 가령, 눈물, 침, 머
리카락 등 신체의 일부이면서 신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
니며 인간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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