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7년에 금융실명제의 보완방안으로 추진하려다 정치권의 반발로 실패한 자금세탁방지법의 재입법을 추진하려는 것은 내년부터 실시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없이 해외여행경비, 증여성 송금, 해외이주비의 한도폐지 등 가히 혁신적이라 할 내용들을 담고 있는 2단계 외환자유화가 실시될 경우 우리나라가 국제 자금세탁의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불법 외화유출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와 함께 UN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도 이같은 점을 우려해 이미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정보기구(FIU)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등 국제적인 압력도 피할 수 없는 수준에 와있다.
특히 OECD는 지난 89년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반을 설치, 운영중이나 회원국중 우리나라와 폴란드, 체코, 헝가리만이 이 대책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서는 관련법의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금세탁방지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거래보고법을 제정, 2단계 외환거래자유화가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18일 공개된 이들 법안의 골자를 보면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우선 자금세탁방지법의 경우 처벌대상 불법자금세탁행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97년 당시 정부가 마련했던 법안은 처벌대상이 6종에 불과해 처벌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 맞지않을 뿐만 아니라 선정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자금세탁방지법과 함께 입법이 추진되는 금융거래보고법도 금융기관 종사자가 금융자산이 범죄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때'가 아니라 '의심스러울 때'당국에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자금세탁의 사전예방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부가 공개한 법안은 문제가 많다. 불법정치자금의 세탁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자금세탁방지법의 목적이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해 조직범죄 등 반사회적인 범죄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있다'며'정치권 비자금 등 부패방지 관련제도는 별도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논리는 과거 한보사태 등에서 불법 현금거래의 상당부분이 정치권과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법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또 부패방지 관련제도의 별도 입법이란 것 역시 이번 법안에 처벌대상으로 공무원 수뢰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논리적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정치자금 세탁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지난 97년 당시 정치권의 반발로 입법이 무산됐던 전례를 의식한 고육책으로 보이나 정치자금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면 있으나 마나한 법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鄭敬勳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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