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만 앞세운 인권거품

대한변호사회가 99년 보고서를 통해 우리의 '인권상황은 극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한건 의미있는 지적이다. 현 '국민의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게 인권개선인데 그게 이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 그동안 정부는 거의 말로만 인권운운해 왔다는 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그동안 손놓고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시적이나마 특검제를 도입했고 여성이나 아동.청소년인권을 위해 청소년보호법 등을 제정한 것이나 국민기초생활보호법 등을 만들어 저소득층의 삶을 나름대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현 정부의 큰 성과로 뽑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인게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노력은 미흡했다는 변협의 지적은 그야말로 피부에 와닿는 사안이다. 경찰의 피의자 체포.구금에서 피고인 등에 대한 취급관행이나 유치장이나 교도소의 시설은 최근들어 좀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인권유린적 측면이 없는 게 아니다.

출소한 사람들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해도 가혹행위가 가장 큰 문제라는 한결같은 주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청, 수용해야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을 도심혼잡을 이유로 또는 대사관 주변 100m이내 제한조치 등은 아직 우리의 관료체제는 인권에 대한 기본이해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게 혼잡료를 내야만 도심집회를 허용하겠다는 발상을, 그것도 국가의 수도인 서울시장이 하고 있으니 정말 우리는 '인권후진국'의 멍에를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암담하다.

특히 말이 많았던 국가보안법을 '찬양고무'와 '불고지죄'조항은 극히 독소조항으로 폐지안에 현정부가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국가보안사범 286명중 약 91%가 '찬양고무'위반이었다는건 뭘 말해주는가. 정부차원에선 인권신장을 외치지만 그 실무부서에선 아직 구태의연한, 그야말로 '위' '아래'가 따로 따로라는 걸 단적으로 증명해준 사례이다. 이렇게 정부부처간이나 한 부서안에서 상하(上下)가 이견(異見)이 있다는 건 문제해결에 큰 걸림돌로 정부는 이를 직시, 잘못된 '관료체제'부터 과감히 개혁해야 할 것이다.

또 환경.보건문제는 당장에도 급한 이슈이지만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도 '개발'에 밀려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이같이 거창한 인권이슈를 정부차원이나 대통령이 말로만 외치면 뭘하나. 지금 우리의 인권은 이런 모순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현정권은 직시하고 그걸 개혁하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인권'은 백년하청(百年河淸)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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