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처럼 쏟아지는 수입 먹거리들로 우리 농촌이 피폐해 지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블랙홀'같은 조류속에 수입개방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 그러나 정부의 대외 협상력 부족에다 규모의 영세성, 높은 인건비 등 근원적 악조건을 쉬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변변한 방패하나 없이 알몸으로 노출된 형국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네 생명산업, 특히 외국산과의 경쟁으로 곤경에 처한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그 현주소와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고추 생산 농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병충해 발생으로 인한 상품질 저하·일손부족 등도 해당 농가를 괴롭히고 있지만 수입개방으로 MMA(최소시장접근물량)에 따른 중국산 고추의 본격 유입은 생산 농가의 불안감을 밑바닥에서 부터 흔들고 있다.
올 들어 6월말까지 중국에서 공식 수입된 고추는 올 MMA 물량 6천t 중 1천t에 불과하다. 결국 앞으로 나머지 물량 유입이 본격화 될 전망. 이마저도 보따리상에 의해 암암리에 들여오고 있는 밀수 물량은 제외 한 수치다. 여기에 정부의 저온저장창고 비축량 3천600t도 가격 조절차원에서 시중에 방출되기 시작했다.
또 국내 대형 식품회사들도 중국산 고추로 가공된 별도의 양념류를 수입, 일본으로 수출되는 가공용 고추가루에 섞어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산 고추의 가격하락은 물론 입지를 한층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최대 고추 주산지의 하나인 청송지역의 경우 최근 본격 출하되고 있는 햇고추 가격이 한근(600g)당 1천100원이 떨어진 3천200원에 거래되는 등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엔 중국산 고추가 본격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며 관망,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중간상 농간도 한 몫하고 있다.
게다가 청송군내 고추재배 농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크게 오르자 사과재배 농가에서 인건비를 올리는 바람에 인부 가격이 4~ 5만원으로 크게 올랐다"며 증가되는 생산비도 우려했다.
청송읍 부곡리에서 2천여평의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45)씨는"중국산 고추수입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앞으로 고추 농사를 계속 지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이 안선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경북도 한 관계자는 상품화를 통한 중국 고추와의 차별화와 대체작목 개발 등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1근 당 타지역보다 500원 이상 높은 4천300∼4천700원에 백화점 등지에 계약 공급키로 했지만 물량 확보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명성이 높은 영양 고추를 그 예로 든다. 기성세대와 달리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고추가 별 인기가 없어 고추시장 자체가 위축이 불가피한 만큼 소량 고품질 고추로 중국산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미 시험개발된 관상용 고추나 수출이 가능한, 일례로 난의 조직배양 등을 통한 대체작물 개발 등으로 적극 돌아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청송지역의 고추생산은 연간 1천998ha에서 4천700여t이, 영양지역은 2천135ha에서 5천100여t이 생산돼 각각 320억과 340여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청송·金敬燉기자 kdon@imaeil.com
영양·嚴在珍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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