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를 불러온 미국 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AA)의 과도한 몸수색은 과연 어떤 의도에서 이뤄졌을까. 일단 AA항공사측은 미국의 보안검사 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우발적인 실수였을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AA항공사 측은 "우리는 항공사로서 국제선 탑승객에 대한 연방항공국(FAA)의 엄격한 보안검사 절차 규정을 지켜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북 대표단원들은 수화물과 기내 휴대용 가방 등에 대한 보안 검색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연찮은 대목들이 많다. 우선 항공사의 보안검색 규정이 아무리 강조된다 해도 국제정상회의에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국가원수에게 무리한 행동을 했다는데 의문점이 남는다.
이형철 북한 유엔주재대사는 이와 관련 "미 항공안전 관리들이 북한을 깡패국로 지칭하면서 짐과 몸에 대한 철저한 수색은 물론 북측 대표단 전원이 질문서에 답변해야 탑승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최고의 귀빈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원수급에 대해 범죄자에게나 적용하는 몸을 더듬는 수색과 상의를 벗도록 하는 검색과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에 대한 과도한 보안검색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미국의 의도된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이 대사는 "남북한의 진전을 싫어 하는 미국측의 계획된 도발행위로 북한의 이미지를 퇴색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미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민간항공사의 잘못된 처사라고만 할 뿐 공식적인 유감표명이나 사과발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같은 의혹을 증폭 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번 김 위원장의 방미 취소는 북측이 고의로 취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북측이 미국과의 테러지원국 해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방미 취소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외형상으로 항공사의 검색문제로 빚어진 우발적 사건이지만 북측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항공사와 승강이를 벌인 김 위원장이 베를린에서 하루를 묵은 후 뉴욕행 비행기를 재차 예약했다가 취소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막판까지 탑승의사 밝힌 김영남,방미 취소, "그럴만 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미국방문이 전격 취소된 사건의 파장이커지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싸고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항공사측의 단순한 실수, 혹은 의사전달 과정의 오류 정도로 정리하면서 애써 정부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측의 예측불가능한 외교 행태를 감안, 과잉반응일 수 있다는 관측도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현지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때 북한대표단의 반응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대표단은 끝까지 미국 입국을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대표단은 지난 4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항공 탑승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몸 수색에는 항의했으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것은아니며 막판에는 다시 몸 수색을 받을 것을 제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메리칸 항공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몸 수색을 거부했던 북한 대표단이 막판에 마음을 바꿔 검색을 받기로 했으나 출발 예정 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않아 대표단 15명에 대해 규정대로 검색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고다른 뉴욕행 비행기를 타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5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쉐라톤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메리칸항공측이 일방적으로 좌석을 취소했다고 주장해 항공사측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이없지 않지만 북한이 마지막까지 비행기 탑승 의사가 있었음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측은 5일 오후 1시 30분발 뉴욕행 비행기를 예약했던 것으로 밝혀져상황을 보아가며 미국행을 다시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이 가장 분개하는 부분은 대표단이 몸 수색에 항의하면서 워싱턴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자 보안 요원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않고 '불량국'으로 분류된 나라의 경우에는 철저한 검색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보안 요원이 당시 어디에 문의를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 대표단의 신분에 대한 확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항공사측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현재 아메리칸 항공 독일 지사측은 이같은 의문점에 대해 전혀 확인해 주지 않고 있으며 본사의 지침에 따를 뿐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은 성명에서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은 비상식적인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여러 경로에서 한가지만이라도 소통이 되는 부분이 있었더라면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렇다 해도 미국 항공사측의 처사는 지나친 감이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가 사전에 항공사측에 통보하는등 준비를 세심하게 했더라면 상황이 좀 더 부드럽게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이익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정식으로 비자를 내주었으며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가는 국가원수급 인사에 대한 더 이상의 정보가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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