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생의 비서와 장관 조카사위 등이 관련된 포철 납품 미끼 거액 사취 사건은 아직도 정치 권력을 빙자한 이권개입이 먹혀들고 있음이 사실로 밝혀져 올 국정감사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앙 일각에서 최근 불거진 '유상부 회장의 교체설' 등이 로비에 실패한 세력들이 퍼뜨린 포철과 유회장에 대한 흠집내기의 산물로 간주하기도 해 상당한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포철의 올 국정감사에서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사건은 포철에 염화칼륨을 납품하던 세진산업 구용회씨가 수입면장을 위조하면서 비롯됐다. 구씨는 IMF후 환율 인상에 따라 포철에 납품하던 제품 단가를 종전 t당 402.5달러에서 495달러로 올려 받았다. 환율이 안정된 후에는 단가를 조정해야 함에도 구씨는 더 많은 이익에 눈독을 들여 수입면장을 위조, 인상시킨 가격으로 납품해 98년 1월부터 99년 3월까지 6억7천만원의 차익을 챙겼던 것. 이 사실을 포철 자체 감사팀에 의해 적발됐다.
포철 약관에 따르면 납품 단가 비리는 계약 해지 사항. 계약이 해지되자 구씨는 이때부터 재계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 연결이 된 사람들이 문창일 씨등. 문씨 등은 구씨에게『정계의 유력실세로 하여금 포찰에 압력을 넣어 염화칼륨을 다시 납품할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99년 4월 경비조로 2천만원을 받은 후 그해 7월까지 4회에 걸쳐 1억9천만원을 받았다.
문씨 등이 구씨에게 내세운 정계 실력자는 대통령의 친동생 김대현 한국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 문씨 등은 그러나 김 이사장에게는 일단 이같은 부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이 포철 유 회장 사무실을 찾지 않았고 문씨가 직접 방문, 부탁한 사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 피해자구씨도 검찰에서 문씨 등이 김 이사장에게 말한다고 했으나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고 있다.
문씨는 유회장을 방문하면서 모 항공회사 홍보차장으로 있는 김 이사장의 아들 홍석씨를 대동했다. 문씨는 검찰에서 포철회장을 방문키로 한 날 공고룝게도 홍석씨가 찾아와 인사를 할 겸 같이 동행했다고 했다. 검찰도 이 부분은 수사과정에서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홍석씨는 한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홍석씨가 문씨를 그냥 따라갔을뿐 금품을 수수한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조카가 청탁을 하는 자리에 같이 있었다는 것은 비록 직접적인 부탁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도 압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홍석씨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검찰에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정치 권력 주변의 청탁 비리를 수면위로 처음 밝혀냈으면서도 사건을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을 두고 오히려 사건축소의혹 등 억측을 낳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를 대부분 공개해 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실패한 로비로서 공개할만한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종전에 관례에 비춰볼때 납득이 어려운 대목으로 정치권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 마저 자초한 결과가 되고 있다.
구씨에게 돈을 받은 문씨는 아버지가 4선 장군에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체신부장관을 지냈으며 김태호씨는 고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의 맏사위로 현 통일부 장관의 조카사위. 김성권씨는 정주일 전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들은 십수년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로 문씨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이 밝혔듯이 이번 로비사건은 실패하면서 밖으로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포철은 구씨를 비롯한 정치권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염화칼륨을 직수입해 버린 것. 사정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을 지켜본 구씨가 문씨 등에게 항의했고 돈을 돌려받기 위한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게 됐다.
검찰 수사 결과 문씨 등은 구씨로부터 받은 1억9천만원외에 구씨의 신용카드로 부산 등지를 돌며 룸살롱 등에서 2천만원을 사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포철회장으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들은 후에도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포철도 이번 사건으로 납품을 불러싼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씨가 운영하는 세진산업의 지분 중 퇴직자 모임인 포철동우회가 일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윤채기자 cyhoi@imaeil.com
*한국경제연구소는?
사단법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동생 김대현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부나 일반회사에서 시행하는 각종 개발사업 관련 개발 부담금을 산정하는 등 사회 경제 분야의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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