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부 부실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고의 부도, 회사재산 횡령 등 예측 가능한 모든 형태의 비리가 드러났다.
섬유업체인 ㅅ, ㅎ사의 실경영주인 오모(47)씨는 지난 98년 11월~2000년 9월 사이 가공인물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조성한 비자금 1억3천600만원을 서울지역 대학에 편입한 딸의 아파트 전세자금(4천500만원)으로 사용했다.
오씨는 회사를 부도낸 뒤 처남이나 동서, 직원 명의로 회사재산을 헐값에 되사들여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기업주 명의를 바꾸는 수법으로 채권은행 추심을 피하고 채권자들의 잇따른 고소에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방편으로 악용한 것이다.
지역 유력 정치인의 동생인 ㄱ정공 김모씨는 회사돈 3억원을 빼돌리고 리스자금 4억원을 편취해 개인 용도나 주식투자 자금으로 사용했다. 김씨는 리스자금 4억원을 편취하면서 공작기계 판매업체와 공모, 4억6천만원짜리 선반을 8억6천만원에 거래한 것처럼 이중계약서를 꾸며 리스사를 감쪽같이 속였다.
건설업체인 ㅎ개발의 전 대표 이모씨는 대구산업정보대학의 건물 신축공사를 시행하면서 하도급업체와 이중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무려 30억6천만원이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같은 부실기업주의 비리에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묵인 또는 방조도 한 몫했다.구속기소된 모상호신용금고 전 대표 유모씨는 ㄷ강재가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점을 알면서도 뇌물 1천만원을 받은 뒤 업주와 친분을 앞세워 10억원의 거금을 대출했다. 대출 당시 금고 직원들이 ㄷ강재는 자본 잠식 상태로 연간 영업이익 29억원으로는 금융비용 34억원조차 부담할 수 없다며 대출을 반대했으나 이를 묵살했다. 부실 대출금 10억원은 이 상호신용금고의 BIS비율을 1.2%나 떨어뜨려 퇴출위기로 몰아넣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모은행 대구지점 이모 전 지점장은 ㄷ강재가 부도난 상태에서 뇌물 1천만원을 받고 ㄷ강재의 계열사인 ㄷ사에 8억원을 대출했다.
섬유업체인 ㅅ사의 실경영주 오씨의 회사재산 횡령-부도-제3자명의 회사재산 헐값 매입 행각도 금융기관의 묵인 또는 방조로 가능했다. 이 회사 채권은행들은 오씨가 제3자 명의로 회사를 만들어 거액을 대출받은 뒤 또다시 부도를 내고 회사재산을 헐값에 취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잇따라 1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대출했다는 것.
대구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 이천세 검사는 "일부 기업주의 모럴해저드에 따른 기업부실이 금융기관 부실을 부추겨 공적자금 투입 등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사는 잘못된 풍토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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