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권사 '치고 빠지기'차익 챙겨

지난 주부터 시작된 16대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주식시장의 '이면'이 속속 드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이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한 국감자료는 증권사들의 '치고빠지기' 실태 등 투자자들이 몰랐거나 무심히 지나쳤던 사실들을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들의 장난에 휘둘리는 '요지경 증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가 하면 향후 투자에 참고자료로 삼겠다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 증권사 '미끼종목' 개인투자자 큰 피해

증권사들이 언론에 추천종목을 발표한 후 보유 중인 해당 종목 주식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긴다는 사실이 이번 국감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엄호성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인용, 8월 한 달 동안 증권사들의 추천종목과 매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증권사들은 자체보유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특정종목을 추천한 후 그 종목 주가가 뛰면 내다파는 방식으로 종목당 최고 3억원까지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것.

LG투자증권 경우 삼성전기를 8월 14일 추천종목에 올려놓고 실제로는 8월 11일부터 사두었던 이 회사 주식을 추천 당일부터 주당 평균 5만원선에 집중 매도, 3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8월 4일 삼성물산을 추천했던 대우증권도 추천 직후부터 보유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1만6천주를 주당 평균 1만468원에 팔아 1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이밖에 현대증권과 굿모닝증권, SK증권 등도 종목을 추천해놓고 추천 직후부터 해당종목을 집중적으로 팔아 매매차익을 남겼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추천만 믿고 해당종목을 샀던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데 있다. 증권사들이 추천종목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해당종목들의 주가는 추천 직후부터 하락, 추천종목을 믿고 샀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지난 3월 증권거래소가 1~2월 증권사들이 추천종목으로 꼽았던 225개 종목의 주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추천 이후 2주 동안 주가가 평균 6.6%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추천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은 57개, 약 25%에 그쳤다.

▲ 주가조작 늘고 있다

임진출 의원이 역시 금감위로부터 제출받은 '주가조작 세력 적발 및 처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에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은 98년 26건, 99년 31건, 올 7월말까지 29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금년들어 7월말까지 적발된 주가조작사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들어 적발된 29건의 주가조작 사건을 분석한 결과 증권사 직원이 개입된 사건이 17건에 달해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 주가조작 사건이 빈발하는데도 작전세력에 대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처벌조항도 미흡하다고 임의원은 강조했다.

▲ 내부자 거래 판친다

올들어 7월말까지 17개 상장 및 등록사의 임직원 등을 포함한 관련자 50명이 미공개된 회사 내부정보를 주식 투자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직원, 대주주, 채권은행, 증권사 직원들이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알고 주식을 매입, 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통보 또는 수사의뢰됐다.

또한 상장회사 및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부실공시 및 부실보고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부실공시.보고 적발 건수가 지난해 16건에서 올해는 7월말까지 40건으로 늘었다.

▲ 사이버 주식거래 보안 허술

국내 증권사들의 사이버거래 시스템이 해킹, 비밀번호 도용 등 허점을 노출해 있다. 금감원 점검에서 대부분 증권사들은 웹서버를 외부해킹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고 있었으며 비밀번호 등 고객정보를 암호화 처리하지 않는 등 전산보안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감원은 보안실태 점검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증권사의 책임있는 관련자 징계를 하지 않아 주먹구구식 감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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