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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복규(대구공업대학교수·도예가)

혼사를 앞둔 가정에서는 준비에 눈코 뜰 날이 없다. 당사자와 부모는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힘든 통과의례 준비를 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외부적인 것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아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획일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주관을 피력하기에는 너무도 나약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훈련받아 온 것이다.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획일적인 사고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삶인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또 하나의 기성세대 복사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기성세대가 염려했던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급변하는 상황에 잘 적응하고,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염려하는 사회로 전도되었음을 느끼면서도.

혼수로 준비하는 그릇뿐만 아니라 어느 음식점이나 한결같은 백자 그릇들. 경제 위기 후 급변하는 사회를 몸으로 느낀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먹는 장사를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개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선택한 그릇은 여전히 백자그릇이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머리에 염색을 한다. 변화에 적응하는 적극적인 이미지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결혼을 위해 그릇을 장만할 때는 여전히 백색 그릇을 선택한다.

전통적인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위한 문화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이제 이 시대에 맞는 우리의 문화를 찾아야만 한다. 정체된 아름다움 못지않게 변화하는 것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 변화하는 것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변화의 앞모습은 없다. 변화와 같은 속도로 가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다. 변화는 항상 뒷모습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차피 따라야 할 변화라면 변화의 물결 위에서 즐겨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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