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7년 러시아 카테리나 여제가 남부지역을 순시했다. 당시 실세장관이었던 포템킨은 여제의 순시 하루전 미리 순시예정지에 가 가짜 건물을 세워 번창한 마을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곤 건축자재를 다시 뜯고 다음 마을로 옮겼다. 그후 '포템킨 마을'이란 말이 생겨나, 실제로 존재하는 실상과는 전혀 다른 외관상 행복한 장면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예견했다고 해서 유명한 폴 쿠르그만의 책 '불황경제학'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크루그만은 시민 참여없이 부패한 소수집단에 의해 경제정책이 결정되고 펼쳐질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뜻으로 '포템킨 경제'란 말을 만들어 보리스 옐친 시대 러시아 경제의 난맥상과 허구성을 비판했다.
##문시장의 아리송한 현실의식
경제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크루그만을 들먹이며 이 말을 인용하는 것은 최근 행정자치위의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문희갑 시장이 한 답변기사를 읽으면서 문 시장의 현실인식과 국감수감 자세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날 여야의원들이 대구시 부채비율이 예산의 50%에 이르러 연간예산의 4분의1을 빚갚는데 사용할 정도로 대구시의 부채규모가 위험수위라며 대응책을 묻자, 문 시장은 대구시의 부채는 거의가 SOC건설비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또 한 의원이 대구경제가 꼴찌논쟁에 휘말릴 정도로 어려운 처지라고 전제, 우방부도 등으로 반신불수가 된 경제회생을 위해 시민들이 공감하는 정책추진이 필요치 않느냐고 질문하자 문 시장은 대구의 경제지표가 광역시중 중상위권이어서 우방이 부도났다고 대구가 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안이하게 답했다.
##현실경제와 동떨어져
물론 대구의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운용책임을 떠맡고 있는 시장까지 움츠릴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 시장의 답변은 현재 시민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나 암담함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시민들은 대구경제의 주축인 섬유, 주택건설,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화의신청을 하거나 워크아웃, 부도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대구서 살아남을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참담해 하고 있다. 금융기관도 외환위기 후 대동은행을 시작으로 종금 리스사들이 줄줄이 퇴출되고 영남종금만이 가까스로 남아 합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실정에서 2년만 지나면 사정(시재정)이 좋아진다는 문 시장의 답변은 경제를 잘 모르는 우리 시민들에겐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이고 과연 그렇게 될까 의구심이 들게 한다.
특히 문 시장의 답변은 지난 96년 대구위기론을 내세우며 국고지원 확대와 위천국가공단지정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와는 크게 차이가 나 시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96년 국감때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대구시가 단순한 수치에 불과한 주민소득(GRDP)을 너무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문시장은 대구의 1인당 주민소득이 전국최하위라고 강변하며 GRDP옹호논쟁을 펼쳤다. 96년은 대구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때인데 문 시장은 왜 그때는 최하위라하고 지금은 괜찮다고 하는 시각을 보이는 것일까.
##문화.환경위주 투자도 문제
믿고싶진 않지만 항간에는 경제시장으로 입문한 문 시장이 경제가 안되니까 문화.환경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말이 나돈다. 주로 중소기업인 쪽에서 나오는 지적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지금의 대구형편이 수억원을 들여 무료 오페라 공연이나하고 수십억원을 부어 나무거리를 조성할 만큼 한가한 때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문시장의 국감수감자세이다. 국감은 감사자와 수감자가 대화로 책임소재와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문 시장은 자기 주장에 지나치게 집착, 감사자의 말에 성실히 귀기울이지 않는것 같다. 오죽했으면 감사의원이 되레 감사 받는 꼴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뭣하러 감사받느냐고 화를 냈겠는가. 문시장은 거꾸로 대구경제의 실상을 터놓고, 당장 발등의 불인 지하철 건설 , U대회 등의 국고지원 협조요청을 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크루그만은 옐친이 민주체로의 전환엔 성공했어도 포뎀킨 마을 같은 실상서 벗어난 경제운용 때문에 몰락할 것을 예견했으며 그것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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